10년 전에 퇴직 기념으로 동료들과 호주 뉴질랜드를 여행할 때 19년 경력을 지닌 서울출신 가이드를 만나 그의 탈혼적(奪魂的) 변술에 빠져 한순간 판단능력을 상실하고 고액의 건강식품을 비롯한 잡다한 상품을 뜻밖에 많이 구매하여 지금도 추억담이 되고 있다. 카드로 지불한 구매가가 여행비보다 많은 고액이었기 때문이다. 　각종 해외연수에 참가하거나 마음 맞는 친구, 친지들과 더러 해외여행을 하였기에 그때마다 만난 가이드가 여행지의 문화유산을 열심히 소개해준 덕택으로 많은 여행국의 문화사를 들을 수 있어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으나 비중을 쇼핑에 두고 마치 양떼를 몰아가는 듯 고도의 숙련된 목적적 변술로 시종일관 혼미케 한 경우는 가이드의 순수한 이미지를 오손 시키는 것 같아서 이것은 너무했다는 여운을 남게 하였다. 　어떤 가이드는 여행지의 문화변천에 관한 이야기 보다는 잡답과 같은 인기 영합적 변술로 시간을 메꾸고 또한 쇼핑센터에서 구매하기를 바라는 약품, 건강식품, 커피, 차, 녹용, 상항버섯, 라텍스, 실크 제품 등에 대해 외판 임무를 수행하는 해당사의 직원을 능가할 정도로 실증적인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주는가 하면, 노련한 가이드는 여유 있게 웃어가면서 때로는 과일을 싸주거나 물을 공짜로 제공하면서 자기의 유목적적 진입로로 쉽게 몰아넣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유형의 가이드도 시대변천에 따라 변종적 모형이 개발된 듯 했다. 이번 앙코르 와트 여행에서 만난 경력 2년의 가이드는 자기소개와 다르게 설명이 유창하고 열정적이며, 혼신의 힘을 다하는 전인적 형태의 안내를 해주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경력 2년이라고 소개한 것은 때 묻지 않은 초입적 순진성을 암시하려는 느낌이 들었고, 특히 과일을 싸주면서 처음에는 물까지 공짜로 제공하는 투자적 방법이 변종의 형태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옵션에 물 값까지 포함해서 계산처리 해 버리는 것을 볼 때 이는 철저하게 위장된 전술적 계획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고가의 기능성 제품을 파는 마지막 샵(shop)에 대해서는 고위공직자들이 사장의 고매한 의술 때문에 많이 들리는 곳이라 소개하면서, 입구에 경호의 유니폼을 입은 장정까지 배치시켜 오늘은 VIP가 왔다고 소개하였다. 그것은 의과대학 학장(?)이라 칭하는 가게 경영자의 의학적 권위를 내세워 상품을 팔려고 하는 위장된 술책처럼 느껴졌다. 　여행 팀원들이 의학박사가 차분하게 설명하는 것을 듣고 구매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조용히 앉아만 있기에, "오늘처럼 손님들이 꼼짝하지 않는 것을 처음 본다"는 말을 하며 보여주는 실패의 안색과 국내 의사들의 처방에 대해 부정적 표현까지 하면서 자기의 상품을 팔려는 방법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 그러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유목적적 변술 이라는 면에서는 우수한 계획적·의도적 표현이며 열정이라 여겨졌다. 　서드 에이지가 보여주는 자기 완성적 존재감만은 경기가 어렵고 120세 초고령 시대를 맞아 배워야 할 생애과제가 아닐까 한다.　방학을 맞아 해외여행자가 증가하여 국제공항에는 연일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열심히 일하여 번 돈을 외국에 무상원조를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 없지 않다. 노련한 현지 가이드의 목적적 변술에 현혹되어 혹여 본의 아니게 낭비적 구매를 해버리는 일은 삼가야할 여행자의 수칙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