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 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물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의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김종삼　 　스치듯 지나가는 삶 앞에서. 2018년 무술년 개띠, 새해가 시작되었다. 벌써 스타트 라인을 출발한 육상선수처럼 오늘이 질주하고 있다. 제야의 밤과 새해 첫날은 불과 하루 사이인데,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이 확연히 다르게 느껴질까? 그것은 어제는, 묵은해를 보내는 쓸쓸한 마음의 색깔이고, 새해 첫날은 알 수 없는 희망이 가득 찬 눈부신 날의 색깔이기 때문이리라. 햇빛도 다르다. 어제는 어제의 햇빛이고 오늘은 오늘의 햇빛이다. 　그렇다. 새해는 하얀 백지와 같은 날이다. 하얀 백지위에 무엇을 그릴 것인가는 오로지 나만의 몫이다. 올해는 모두가 나만의 개성있는 그림을 마음껏 그려봐야 하리라.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시를 읽는 사람과 시를 읽지 않은 사람이다. 시를 읽는 사람은 아름답다. 시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세상 보다 시를 알고 시를 읽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 더 아름다운 세상이다.　김종삼 시인의 시는 짧다. 그라나 그의 시는 여백이 많고 담담한 수채화 같다.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김종삼 시인은 등산모를 곧잘 썼고, 술을 좋아 했고 고전음악 매니아였다. 누가 시인인가? 시인은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는 사람"들을 좋아 했다. 아니, "인정 넘치는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의 알파이고 시인이라고 명명 한다.　김종삼의 시는 말은 적지만 정직하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시인이 못됨으로 나는 모른다고 대답했다는 말은 역설이다. 다시 새해가 왔다. 오늘도 변함없이 푸르른 얼굴을 보이는 맑은 경주 남산을 본다. 우리는 자신에게 다시 질문해야 하리라.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이냐고?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질문해야 하리라. 자신 안에 일어나는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리라. 푸르른 남산이 스치듯 지나가는 한번뿐인 우리들의 삶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