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 새해가 되었다. 어떤 희망을 가지고 새롭게 사느냐가 인간의 소망이다. 과거에 있었던 흉측한 일들이 되풀이되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젊은이에게만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보람 있고, 인간답게 살아가느냐가 새해를 맞는 각오의 한 부분이다. 　행복한 사람은 희망에 의해 살고, 희망은 강한 용기이며, 새로운 의지이다. `잠언서`에 "희망이 끊어지면 마음이 병들고, 바라던 것이 이루어지면 생기가 솟는다"고 했다. 희망이 없어지면 절망할 필요도 없는 것처럼 보잘 것 없는 재산보다 훌륭한 희망을 가지는 것이 소망스럽다. 　시인 괴테는 희망은 사상이며, 불행한 인간의 제2의 혼이라 하지만 희망은 신앙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새해의 희망은 가가호호에 따라 다르고, 사람의 충과 나이에 따라서 서로 다르다. 아주 다를 수도 있지만 공통적인 희망의 부류는 가내가 평안하며, 식구가 모두 건강하고 형편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것이 저마다 같은 소망이다. 　그러나 어떤 이는 통일을 원하고, 출세를 원하고, 부자 되기를 원하며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 세상을 잘 다스리는 우두머리가 되길 바라기도 한다. 그런데 내, 남 없이 금년엔 재산을 많이 증축시켜 나보다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구제하고 싶다고 소망하는 후원자도 많았으면 사회가 더욱 밝아지겠다. 　지난해 구랍에 충격적인 기사를 읽고 나부터 잠 못 이루는 이야기가 있었다. 불우이웃을 위해 전 재산 270억 원을 쾌척한 뒤, 강태원(84) 씨는 "오늘밤에는 잠이 잘 올 것 같다"고 했다. 광복 후 혼자 월남해 50여 년간 억척스레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그는 자선에 남긴 내면의 진정한 행복을 느꼈을 것이다. 　그의 희망은 `남는 것은 행복뿐`이다. 충북 꽃동네에 100억원의 건물을 기증했고, 그때마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왔던 자선가의 겸손에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는 그동안 힘들게 모은 재산을 사회에 기증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보아왔고, 이들에게서 우리 사회의 건강함과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도 새해에 자신의 나름으로 조그만 유리항아리를 응접실 한 곳에 자리하고 이런 문구를 적어 놓았다. `oo을 한 셈치고`이다. 식구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작은 액수의 돈을 넣기 시작했다. 시내 외출했다가 집에 오면서 자전거 타고 다니지만, 오늘 택시타고 귀가한 셈치고 -3천원, 집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값 내는 셈치고-5천원, 유리병에 성금(?)이 차올 때마다 혼자서 느끼는 희열감은 천하를 얻은 듯 흐뭇하다. 1년을 기한으로 정하고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에 나의 취지를 설명하면 제법 올라오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전반적 경제력에 비해 아직도 나눔의 문화가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보살핌이 법과 제도만으로 이루어지기는 역부족인 것이다. 자선은 남모르게 할 때 더욱 고귀한 것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고결한 심성에만 맡겨둘 수도 없는 처지다. 자선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기부자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칭송하고 기리는 사회분위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들에게 감세 이상의 혜택을 주고, 선행을 널리 알리는 데 힘을 써야 한다. 선행은 천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