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의 인생에서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를 1/4분기, 졸업 후 직장생활 등 본격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기간을 2/4분기라고 한다면 이 분기는 명퇴나 정년 등으로 직장을 퇴직함으로써 끝이 난다. 2/4분기 말이 다가오면 은퇴 후 제2의 인생기라 할 수 있는 3/4분기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 긴요하다. 　해가 뜰 때부터 해 질 것을 생각해야 하겠지만 그것이 잘 안 되면 적어도 한낮이 지나면서부터는 해 저문 뒤를 생각하듯이 인생 3/4분기에 대한 준비는 조직생활의 재직 중에 미리 하고 있어야 한다.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두어야 한다거나 자격증을 따두어야 한다거나 하는 것 등은 이제 어느 정도 진부한 이야기인 듯하다. 아파트 크기를 줄여야 한다는 말도 있고 자식에게 재산 물려주면 안 된다는 얘기도 있다. 또 100세 시대의 인생설계에 관한 각종 보험사나 공제회 등에서 제공되는 자료도 많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조직생활을 정리하고 떠나는 방법을 얘기하고자 한다. 조직생활의 정리는 우선 그동안 재직 중에 형성된 인적·문화적 유산을 청산하는 것이 그 기본이 된다고 생각된다.　첫째, 2/4분기 중에 있었던 가장 중요한 또는 극적인 만남에 대한 인사와 감사를 하는 것이다. 이 만남 중에는 내게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있고 반대로 내게 가장 큰 손실을 준 만남이 있을 것이다. 먼저 큰 도움의 만남은 나의 조직생활 인생살이에 영향을 미친 존경하는 멘토·선배·업무 협력자 등과의 인연이고, 큰 손실의 만남은 나와 대결적 위치에서 헐뜯고 시련을 주거나 나에게 갑질을 하던 인연이라 할 것이다. 　이 둘 다 지나고 보면 대부분의 경우 나의 2/4분기 세월에 있어 결국은 나를 가르치고 키우고 단련시킨 스승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2/4분기 중에 있었던 모든 관계 즉 양이든 음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모두에게 인사를 하면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그 중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에게 가서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다. 또 그 중 가장 큰 아픔을 준 사람에게도 가서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다. 　양이든 음이든 미련스럽고 응어리 맺힌 듯한 모든 것을 심적·정서적으로 풀고 정리하고 용서하는 일종의 초기화(format) 작업을 하는 것이다.　둘째, 2/4 분기 중에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의 현장 또는 장소에 가 보는 것이다. 가장 가슴 벅찼던 그 순간, 그 상황 또는 그 곳은 본인 삶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호인 `도산`(島山)은 미국행 배를 타고 사면의 바다 위에서 지루하고 갑갑한 항해를 하던 어느 날 아침 멀리 보이는 육지 도산(하와이 섬)을 본 순간의 가슴 벅찬 감동을 기려 지은 것이라고 한다. 　누구라도 한 번 이상은 감동의 벅찬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이 가슴 벅참은 어떠한 시작의 원동력이 될 수가 있다. 법정 스님의 이른바「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듯이, 인생 2/4분기의 마무리는 3/4분기의 시작이기 때문에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초심의 감동적 상황에 다시 젖어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벅차고 감동적인 새로운 시작의 원동력을 확인하자는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시간 동안 3학년 선배들로부터 얻어맞고 복수를 도모하다가 그냥 용서해버린 추억이 있다. 당시 마음이 그리 말끔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복수를 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용서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2013년 신정부 초기에 30여년 공직생활 중 가장 힘들고 음습한 아픔의 기간에 겪은 좌절의 기억이 있다. 그 아픈 인연에 대해 2/4분 말에 감사의 만남 형식으로 풀어버린 일이 있다.　해가 저물면 돌아갈 준비를 하는 법이다. 낌새가 보일 때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언제든지 떠날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종의 메시지 가 구체화 될 때 바로 떠나는 것이다. 멈칫거리면 추한 모습이 된다. 시인 조병화의 시 「의자」에서처럼 때가 오면 후인(後人)을 위해 의자를 비워주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용서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새로운 출발은 이 완전한 `초기화`에서 새싹처럼 돋아나게 된다. 떠나고 보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