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닭띠의 해가 저물고 있다. 매일같이 현재만 살아오던 인간들이 시간도 세월로 흘러 과거로 바뀌어 간다. 지나간 때, 지난 날, 생활, 일을 통틀어 과거라 한다. 외롭게 달린 한 장의 카렌다가 어쩐지 처량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원래 `카렌다`란 말은 라틴어로 금전출납부를 의미했던 것이다. 그런데 옛날 로마에서는 금전의 대차 관계를 매달 삭일(음력 초하룻날)에 청산하는 풍속이 있어서 결국 금전출납부가 달력을 의미하는 말로 전용하게 된 것이다. 　옛 노인네들의 푸념 속에 산중에 달력 없어 철 가는줄 몰랐구나/ 꽃피면 봄이요 잎 지면 가을이라/ 아이들 헌 옷 찾으면 겨울 오는가 하노라/ 이태리 속담에 늙은이는 몸속에 달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숱한 세월을 겪은 경험의 창고란 말이다. 　어리석은 자는 `나는 내일에 산다`고 말하고, 현명한 자는 `과거에 살았다`고 한다. 키케로는 "현재와 미래가 너무나 불투명하고 불확실해서 나는 항상 주장한다. `과거 외에는 확실한 것은 없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는 말을 남겼다. 　과거는 누구의 힘으로도 다시 불러올 수 없고, 흘러간 물로써는 물방아를 돌릴 수 없는 절대 불가능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가 갖는 유일한 매력은 그것이 과거라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신(神)의 눈으로 볼 때는 하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다. 　지나갔다는 것은 접어두는 것이고, 온다는 것은 펴나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경험한 기지(이미 알고 있는 사실)의 세계요, 또한 하나의 종결된 세계인 것이다. 　사람의 생활이 늘상 과거에 사로잡히면 허세에 가깝고 비생산적인 사실이라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금년의 현재는 어떠했는가. 불신과 불만이 가득했고 불안과 불화 속에 국민들의 정서가 둔하였으며 불량한 사회에서 치안마저 불통되었으니 불화합을 배척하는 국민의 원성은 끝이 없을 정도로 불길했다. 　요즘 국민들 생활정책이 마음에 흡족하며 살맛이 나느냐고 물었더니 그 대답은 한결같다. 　단맛, 쓴맛, 신맛, 싱거운 맛은 구별조차 되지 않고 그저 떫은 맛 뿐이란 말에 신경이 쓰인다. 　현재는 이제고, 지금이다. 과거와 미래의 사이라고 하지만 행동하여지고 있는 현실을 말한다. 사려있는 사람은 과거의 일로써 현재를 판단한다.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존재했던 것이며 현재만이 존재한다. 　현재에서 미래가 태어나며, 현재는 모든 과거의 필연적인 결과이며, 모든 미래의 운명적인 원인이다. 자기의 미래를 헛되게 하는 것은 현재에 몰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는 이미 있었던 사실이고, 미래는 아직 있지 아니한 사실에 불과하다. 있는 것은 다만 현재의 이 순간뿐이다. 격언에 "현재의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은 모든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진정한 생활은 현재뿐이다. 　미래의 일은 암흑에 가려 있다. 오지 않은 세월을 판단이나 예견도 하지 마라. 오로지 미래의 역사적 시간은 모든 가능성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시간이다. 새해는 더 좋은 달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