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의 업무 수행능력과 청렴도가 바로 그 나라의 수준이다. 나는 한 때, 세계 각지를 다니며 업무상 해당 국가의 공무원들과 접할 기회가 많았었는데, 선진국과 후진국의 뚜렷한 차이를 그 나라 공무원들의 태도에서 충분히 읽을 수가 있었다. 　적국의 문화와 화폐를 더 좋아하고, 업무는 완전히 뒷전이면서 오로지 뇌물에만 관심을 보이던 구(舊)소련의 공무원들을 보고, 나는 그 나라의 멸망을 예견하였으며, 그 후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실제로 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중국이 `모택동`에 의해 공산화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당시 중화민국 공무원들의 무능과 부패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있다. 　공산주의 혁명군에 의해 섬으로 쫓겨난 `장개석`은 절치부심하는 심정으로 타이완에서 피난정부를 수립했는데, 오죽했으면 비리에 연루된 자기 며느리까지 총살이라는 극형에 처하며 공무원들의 청렴을 국가 재건의 제 일 과제로 삼았겠는가?　지금은 아시아권에서 가장 공무원들의 청렴도가 높은 나라가 바로 타이완이며,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거대한 중국과 군사 대립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년 중 수차례에 걸쳐 찾아오는 태풍 등, 매우 열악한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타이완은 현재 아시아의 경제 강국이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행복 지수가 우리보다 훨씬 높은 나라가 되어 있다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내가 국가 공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 디딘 그 때 그 시절엔, 혼전(婚前) 독신생활을 유지하기에도 빠듯한 박봉이었기에 가정을 가진 기혼 공무원들의 생활이 참으로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알고 보니 봉급은 용돈이고 대부분 부수입 즉 `생기는 돈(?)`으로 충당하지 않으면 생활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보직 이동이 있을 때마다 공무원들의 첫 번째 관심사항은 생기는 돈이 많은 자리인가 아닌가 였고, 중매쟁이가 중매를 설 때도, 봉급이야 따져봐야 어차피 도토리 키 재기 식이고 보니, 소위 그 생기는 돈이 많은 자리라는 점이 특히 강조되곤 하였던 게 아닌가?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지금은 공무원들이 엘리트 직업군에 속할 정도로 처우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퇴직 후에도 종신 그리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연금까지 받을 수 있는 철 밥그릇 신의 직장이 되어 있으니, 격세지감이 클 수밖에….　공무원들의 부패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겠지만, 사실 그 때 그 시절엔 민원인이 밥만 한 끼 대접해도 고맙고, 뭐 푼돈이 든 봉투 하나 받으면 큰 은혜를 입은 것으로 생각해야 했지만, 요즘은 그리 고위직도 아닌 평 공무원들조차 거액의 뇌물사건들을 심심찮게 터뜨리는 것을 보면, 공무원들의 간도 커 졌지만, 처우 개선만으로 공직사회의 부패가 사라지기는 어려울 모양이다. 우리사회 각계의 적폐도 문제지만, 특히 공직사회의 비리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가 더 이상 선진국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가운데 경주 지역은 지방공무원 청렴도 조사에서 전국 지자체 중 최하위의 성적이 나왔다고 하니, 경주 지역의 낙후와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고, 심지어 어떤 인문학 교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경주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이래, 이후 경제도 계속 침체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기 때문에, 미래에 결국 소멸될 도시 1순위라는 분석도 있었다.　물론, 공무원 청렴도(淸廉度) 전국 최하위라는 결과에 대해 황당하고 허탈하며 억울한 시 공무원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 객관성의 신뢰도를 따지기 전에, 스스로들 그 좋은 철 밥그릇들을 잘 지켜내기 위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한 번 쯤 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