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인의 기본자세는 조직업무에서 언제나 `입체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입체적인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어떤 일이든 이른바 팔면육비(八面六臂)의 고수처럼 끝마무리까지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특히 공적인 `행사`에 있어서는 철저한 최종점검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도 뚫리는 수가 있다. 문제는 종종 예상하지 못한 데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생기는 사고, 이것을 극복하는 정서적·기술적 방안은 없는 것인가? 　U광역시 행정부시장 시절이다. 그 지역 상수원 사연댐의 안쪽 암벽에 위치한 국보(제285호) `반구대암각화`의 보존과 댐의 수량 유지 문제가 뜨거운 갈등 현안 중 하나였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던 중 2010년 2월 초 당시 여당 대표 J의원이 그 암각화 현장을 방문한 날이었다. 그 날도 영하의 날씨에 댐의 물은 전체가 얼어 있었고 대표 일행은 얼음판이 괜찮다면 그 위를 걸어서 암각화 벽을 점검해 보겠다는 전갈이 왔다. 　행정부시장이 관리 및 상황 보고 책임을 지고 오후 방문 예정 시간 두 시간 전에 미리 현장에 나가 얼음판부터 체크하였다. 원래 산촌 출신이라 겨울 얼음 보는 눈은 있었고 그 날 얼음판 두께가 육안으로 거의 30센티미터는 되었으며 직원 20여명이 발로 뛰기도 해본 결과 얼음 위 도보 스무 명까지는 누구라도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행이 도착해 상황 브리핑이 잘 끝난 뒤 얼음 위로 최대한의 안전을 위해 J대표 포함 10명 정도만 걸어가기로 했다. 그때 보도진 30여명이 앞으로 뛰어들어 셔터를 눌러댔지만 얼음판은 끄떡없었다. 그런데 일행이 암각화 벽면까지 가서 살펴보고 되돌아 올 때였다. 갑자기 다른 사람도 아닌 하필 J대표가 내려딛자 얼음판이 깨져 물에 빠지는 일이 벌어졌다. 빙판 가장자리 근처 약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마침 갈수기라 수심이 깊지 않아서 금방 빠져 나왔으나, 난처하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의 사고는 이처럼 엉뚱한 데서도 생기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아찔했다. 그 대표가 만약 얼음판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기라도 했더라면 어찌되었을까! 추운 겨울날 다 젖은 바지로 얼음 위를 걸어 나오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방 근무 1년여 되었을 때 중앙의 H부 본부로 복귀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O부 기획조정실장으로 발령이 났다. 경력이나 고시 기수 상으로도 너무 중책이라 극구 사양하였으나 결국은 가게 된 것이다. 그 조직상황이 기관장이 본인 관련한 인사 파동으로 물러나고 간부들도 문책을 받는 등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였을 때다. 조직 살리기 작업이 시작되었다. 　H부에서 같이 간 과장 두 명과 함께 영일(寧日)없이 혁신에 전념하던 2011년 5월 어느 날 부처 차원의 소통과 사기를 위해 직원 900명을 관광버스 30대에 태워 충남 아산의 경찰교육원에 1박2일 연찬회를 갔다. 수송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문제까지 팀별로 분담하고 행사 전반의 진행에 만전을 기했다. 　금요일 오후에 도착해 바로 시작된 체육대회의 말미로 남녀혼성 8백 미터 계주경기를 할 때였다. 여자 주자 하나가 마지막 남자 주자에게 바톤을 건네주고 난 바로 다음 순간 넘어지면서 트랙 옆에서 응원하는 직원이 들고 있던 깃발에 눈 옆을 스치면서 찔렸다. 　대기하던 응급차로 급히 후송되어 천만 다행으로 자상이 눈을 비껴가는 바람에 간단한 치료 후 복귀하였다. 이튿날 오전까지의 행사 결과 직원들의 반응도 좋고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저녁에 생각하니 이 또한 아찔했다. 그 여직원이 만약 눈이라도 찔렸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개인의 불행은 말할 것도 없고, 행사 추진에 대한 책임 문제도 필시 제기되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최선을 다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다. `모사재인 인명재천`(謀事在人 人命在天), 인간은 최선을 다하되 사고 여부는 하늘의 뜻이다. 이러한 사고 상황, 당장은 신속한 수습이고 정서적으로는 깨끗이 놓아버리는 방법뿐이다. 그리고 추후 유사한 일에 충실히 환류(feed back)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