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는 말 중에도 큰 모순을 가진 말들이 많다. 판사의 재량권이라도 말도 그 중의 하나인 것 같은데, 왜냐하면 재량권이란 자신의 생각과 판단으로 어떤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일컬음인데, 과연 법을 집행하는 판사에게 그런 권한이 있는가에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혹은 자기 지갑 속의 돈을 어떻게 쓰든지, 그것은 분명히 그 사람의 재량에 해당되고 타인이 그리 간섭할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자기 돈이지만 돈을 잘못 쓰고 욕을 먹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법은 누구의 것이기에 법관이 재량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비단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전직 고위직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구속적부심이 아니더라도 나는 법관들의 재량권을 본적이 있다. 가령 검사가 범법자를 처벌하기 싫을 때 가장 많이 쓰는 용어가 `증거 불충분`이나 `법리해석의 오류`라는 단어로 보이는데, 어떤 비리를 저지른 자를 고발하고, 그의 범법행위까지를 명백히 입증해 놓았더니, 그 행위자가 법리해석의 오류로 발생된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잘못은 맞지만, 법을 잘못 알아 발생된 사건이라 처벌이 불가하다는 얘기가 아닌가? 따라서 나는 당시에 그 검사에게 이렇게 항의한 기억이 있다. `내가 만약 교통 표지판을 잘못 오인하여 교통위반을 하였다면 범칙금을 피할 수 있는가?` 　그리고 또 다른 경우, 증거불충분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좀 얘기하자면, 명확한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해당 검사가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기 위해 그 증거를 채택하지 않고, 불기소 의견을 낼 때 가장 많이 쓰는 법률상의 용어가 바로 증거불충분이 아닌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피의자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 역시 공권력으로 부터의 인권보호를 위해 모든 민주 국가의 법이 명시하고 있는 사항이긴 하지만, 명백한 범죄자나 중대한 범죄 피의자에게 까지 확대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 역시, 일반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법관의 재량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우리 주위에 법조인들 중에도 법이 마치 자신들의 사유물인양, 자신들 이외에 다른 사람들은 법을 알면 안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당신이 법을 알아?`하고 다그치는 경우도 보았는데, 그 말이야말로 내가 오히려 그들에게 질문하고 싶은 말인지도 모른다. 법은 사회라는 공동체의 합의사항을 성문화 한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에, 그 구성원 모두가 잘 알고 있을수록 좋은 것이며, 절대로 법을 전공한 사람들만의 사유 영역이 아니라는 말이 하고 싶다. 아무리 법을 직접 다루고 집행하는 법관일지라도, 법은 공동체의 룰이기 때문에 재량권이 인정될 수 없고, 인정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법은 법대로일뿐, 임의로 법리를 해석하는 것조차 오히려 법리에 어긋나고, 법리를 기술적으로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시도조차가 준법과는 다른 피법의지(避法意志)에 해당됨으로 법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 할 것이다. 동일한 법을 집행함에 있어, 법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법이 잘못 집행되고 있다는 증거로 보기 충분하고, 이번 기회에 법관들의 재량권 남용은 없는지? 혹은 법관의 자질에 문제는 없는지도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법원 건물 앞에 청평 저울을 든 조각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 청평은 어느 한 쪽에 백지 한 장만 올려놓으면 그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인데, 1 그램의 무게는 어느 누구에게나 1 그램이 되어야 하고, 그 기준이 무너지면 그 저울은 아예 쓸모가 없는 도구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법은 특수한 논리가 아니며, 가장 보편타당한 논리가 곧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