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첫 살림살이를 반영하는 2018년도정부예산안이 여야의 줄다리기와 야당의 반대속에 법정시한을 넘기고 국회를 통과했다. 　약429조원의 예산내역은 순수하게 국리민복을 위해 짜여졌다기 보다 여야3당의 정파별 가치지향과 이해관계가 선명하게 드러나 예산은 정치의 산물임을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이번 예산안처리과정에서 가장 밀린 쪽은 보수세력의 대표임을 자임하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라 할 수 있고 나름데로 챙길 것은 챙긴 쪽은 여당인 민주당과 국민의당이다. 그 결과 한국당은 보수의 가치를 실현시키는 문제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보수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TK지역의 필수적 SOC예산 확보 마저 실패하고 말았다. 　한국당 입장에선 공무원증원규모 약1만명미만선 감축과 법인세 과표상한구간 상향 등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보수의 가치를 지켜내지못했고 최저임금보전문제 등에서 시장경제의 원칙을 무너터리고만 것이다. 특히 TK지역의 SOC예산이 원칙도 없이 무참하게 깍이거나 반영되지않은 것은 호남쪽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보수 텃밭의 홀대로 밖에 보이지않는다. 결국 문재인정부의 첫 예산도 원내 3당이 벌인 세력경쟁의 결과를 보여주는 성적표와 같다고나 할까?　여권이 사람위주의 예산, 소득주도성장 등을 내세울 때부터 SOC예산의 확보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은근한 기대를 가졌던 것은 아무리 TK지역이라 해도 이미 정부가 약속했고 불가피한 인푸라구축을 위한 사업이라면 정부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대구 군공항통합이전사업은 동남권신공항무산이후 대구공항의 포화상태를 해결하고 성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현정부에서도 추진을 다짐해온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하는 척만 할 뿐 실행을 미루어 오던 정부는 이번 예산을 통해 공항이전사업의 의지가 없음을 확인해 준 것 같은 인식을 준다. 경북도청청사철도연결사업도 2025년까지 추진되는 제3차국가철도망구축사업에 포함되어 있을 만큼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으나 이번 예산에 빠져있어 사업추진을 확신하기 어렵게 되었다. 경북도청이전 후적지개발사업도 낙후된 대구시로서는 매우 절실한 사업이지만 이 사업 역시 예산의 대부분이 깍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업의 타당성조사에서 의문과 말썽이 많았던 호남KTX무안공항경유사업은 1조3천억원이 넘는 매머드급 SOC사업임에도 큰 어려움 없이 결정되었다. 광주서 무안공항까지 고속철도를 놓는 것이 시간상으로 별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정부는 호남민심을 의식해 사업성검토를 조기에 마무리짓고 당초경로를 바꾼 것같다.　낙후된 비수도권으로서 호남이 발전되는 것에 시비를 걸 이유는 없다. 다만 SOC예산의 축소와 삭감원칙면에서 따져본다면 지역에 따라 다른 원칙이 적용되어서는 안될 것이고 전남쪽에 배려가 있다면 TK지역의 다급한 예산도 편성해주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이다. 　이같이 원칙과 사리에 맞지않는 예산정책에는 정치적 이면을 의심치않을 수 없다. 20대총선에선 국민의 당에 다수표를 주었던 호남민심이 19대대선에선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했던 사실은 정부여당과 국민의당이 호남환심사기에 나설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것이다. 반면 이전 선거에서부터 보수정당에 몰표를 주었던 TK지역이 이같이 원칙에 맞지않는 홀대를 당한 것은 보수텃밭이란 정치성향때문이란 생각을 갖게 한다.　현정부의 첫 예산에서 홀대를 당한 TK지역민으로서는 정부여당에 대한 원망과 불만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보수정당이 궤멸되는 상황이 TK의 끝없는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