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7년 전 쯤, 민간인 자격이지만 청와대에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매우 구체적인 정책제안을 서면으로 해 본적이 있었다. 물론 당시 청와대 모 행정비서관으로부터 제안에 대한 감사의 전화 한 통을 받은 것이 전부였지만. 요즘은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학계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꼭 선진국의 뒤만 쫓으려 하는 것일까? 우리가 조금만 일찍이 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를 서둘렀다면, 세계 경제 10위권에서 20위권 이하로 밀려나는 수모와 어려움은 겪지 않을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과거의 물리적인 기술혁명과는 달리, 일종의 지능혁명을 의미한다. 지능은 생명체, 특히 인간만의 전유물이라는 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제4차 산업혁명은 생명체가 아닌 모든 도구들이 특성화된 지능을 가지는 시대를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제4차 산업혁명은 인간이 고안하고 사용하는 모든 물리적 메카니즘 도구들이 일정 레벨의 인공지능(AI)을 보유하고 자율적인 기동을 함으로써, 사람들의 생활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하게 해 줌과 동시에 인간들을 고단한 육체적 정신적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 있는 꿈같은 기술혁명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편리함과 무 노동의 환상 이면에 직업 상실 및 개인 소득과 부(富)의 불평등, 그리고 나태함과 무기력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축복과 재앙이라는 양날의 검(劍)과 같은 제4차 산업혁명을 피할 도리가 없다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일까? 시간은 항상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를 향한 정 방향으로만 진행 되도록 설계된 것이기에, 아무리 수구(守舊)하려 해도 시대를 역행할 방법은 없다. 따라서 작금 변화의 물결을 피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대비하며 적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이미 재앙이라 할 만큼 심각해진 취업 문제를, 공무원 수 늘리기나 기업체에 대한 고용 장려 등의 진부한 방식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점점 심각해져 가는 양극화 현상과 부의 불평등 문제를 더 이상 방치 한다면, 사회 존립 자체가 어렵게 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일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노동시장 원리에 의한 직업 배분과 부의 창출방식은 전혀 현실에 맞을 수 없고, 이제 무 노동 생활에 대비한 완전히 새로운 방식과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령 고소득 연금 수혜자와 퇴직자, 자본가 등의 기득권은 이미 종신 무 노동 고소득이 보장된 체제를 스스로들 구축하여 놓았기 때문에, 느긋하고 사회의 변화에도 큰 관심이 없을는지 모르지만, 사회 체제가 붕괴되면 그들이 애써 구축해 놓은 그 좋은 세상도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즉, 달리는 열차 내에서는 좌석과 입석이라는 구분이 가능하지만, 멈추어 선 상태, 움직이지 못하는 열차의 좌석은 쓸모가 없어진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우리사회`라는 이 열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고민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문제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첫째, 인성배양도 직업과도 연결되지 않는 획일적인 현재의 교육을 당장 중단하고 지식 취득의 자유와 기회 균등이 보장된 교육 민주화를 시행하라. 둘째, 생각하기를 멈춘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일을 포기한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와 노력이 소득과 비례할 수 있는 경제 민주화를 실현하라. 셋째, 다른 사람들 보다 열 배 이상의 부(富)를 가지려 하지 말고, 거대한 부의 세습을 원천 불가하게 하는 제도를 시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