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산업화의 성공으로 그다음에 눈길을 준 것은 문화융성(文化隆盛)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물론 지자체별로 문화산업 발굴에 전 행정력을 쏟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특히 문화 관련 사업이 대호황을 누리면서 한류(韓流)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면서 입지를 구축했다.　더욱이 지자체들은 문화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집중적으로 배치한 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대대적인 대외 홍보를 하는 등 문화 대세 시대를 맞고 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적 정서나 위상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동안 잘 먹고 살기 위해 국가는 물론 국민들이 모두 열심히 일한 보상 차원이기도 하다.　오직 정부나 경제계, 국민적 정서가 수십 년 동안 경제(經濟), `경제`에만 치중하다 보니 자연적으로 문화(文化)는 홀대를 받거나 등한시된 부분이 아쉽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정서는 핍박해진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역사든, 인문학이든 예술이든 새로운 문화창달이 부각되면서 그 열정도 높아져 참 다행이다.　어쨌든 문화가 대세이지만, 그 속에 역사(歷史)는 더욱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 그동안 정부나 지방정부,학계는 특정 문화유산에만 치중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는 정치도 한몫을 하면서 예산 역시 편중화되기도 했다.　경상북도 경산시. 대구 위성도시이기도 하지만 산업시설도 골고루 배치된 성장력이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이 일대가 2000년 전 고대 국가가 있었던 사실에 대해 아는 이는 일부다. 　그 일부라면 고대사를 연구하는 소수계층의 학자뿐이며, 고고학이나 사학계 주류(主流)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시각에서 멀어진 귀중 역사를 지키려는 그들의 노고에 대해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들이 지키려는 국가는 `압독국(押督國)`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한반도 역사는 고조선, 통일 신라, 고려, 조선 등 그리고 근대사의 교과서적 수준이다.　신라 기준 4세기 전 영남지역 국가로는 대가야, 금관가야 등과 진한 12국이며 모두 신라에 흡수되었다. 주목 할 것 은 진한 12국 중에 이 압독국을 삼국사기에는 `국가(國家)`로 기록했다. 　쉽게 이야기하면 기원전 1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추정)까지 경산지역의 국가는 압독국인데, 신라 마립간기에 신라에 복속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200년간은 신라가 `간접지배`를 했고, 초대 총독은 삼국통일의 영웅 `김유신` 장군이었다고 한다.　이 압독국이 경산지역 고대역사로서도 중요하지만 신라(新羅)와 연관성이 있기에 `재조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1400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압독국의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은 지난 1982년2월 임당동 일대에서의 도굴 사건이다. 금제조익형관식, 순금제이식 등의 장신구와 은제과대, 환두대도 등 유물들이 도굴꾼에 의해 해외로 밀반출되는 사건이 터져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언론은 이 유물을 국보급(國寶級)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이 전에 압독고분은 관계 당국의 무관심 속에 도굴(盜掘) 또는 훼손되는 등 도굴꾼들의 사냥터였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이를 계기로 임당동 고분군(현 사적 300호)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과 정비 및 관리책이 나오는 등 압독문화의 신비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산 고대 국가에 대해 관계 당국이 얼마나 무관심했냐는 것을 학계를 통해 입증된다. 영남대 박물관은 지난 1975년10월 임당동 672 일대 고분 2기가 도굴중인 것을 확인했다. 박물관 측은 이를 당시 경산군수와 경산경찰서장에게 도굴범 체포와 도굴의 미연방지책 등을 포함한 고분의 보호관리를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문헌도 있다.　앞서 일제강점기에도 이 임당유적 보호에 관한 보고서(報告書)도 있었다.1918년 조선총독부 고분조사보고에 "조영동(造永洞)에 속한 지역에도 4기의 고분이 있는데, 이 고분 역시 보호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망실(亡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경산지역이 `개발`이란 미명하에 추진된 사업들로 압독국 유적이 대량으로 파괴되거나 훼손되었다. 　역사유적은 후손을 위해 꼭 지키고 관리해야 할 귀중하고 소중한 가치를 담고 있다. 그 속에는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압독국 선조의 흔적을 찾아 새롭게 역사를 적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