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의 사상(事象)은 각 개체로 구성된다. 행정이론 영역에서의 체제이론(體制理論)은 정치·행정 현상을 보되 각 구성 요소 또는 기능들 간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이론에 의하지 않더라도 세상에 혼자서 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하나의 벽돌로 집을 지을 수 없듯이 우리사회에서 어떤 성취 또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관련 조직 간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단위조직 내·외의 제반 활동도 언제나 관계성(關係性)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늘날 개방체제 환경에서 대외적으로 `협력조직원`(counterparts)과의 협조체계는 조직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 협력 관계는 개인이 노력으로 `평소의 소통 관리`를 잘 해서 상호 공유 및 공감대를 넓히고 친밀도를 형성함으로써 원만해 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당장에 협조할 사항이 없더라도 평소에 이른바 조석(朝夕)으로 서로 연락하고 문안하는 것이 긴요한 것이다. 부지런해야 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거나 위기 시에는 상대방을 먼저 챙기며, 명절·기념일 등 의미 있는 날에도 서로 인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등한 협조관계가 아니고 갑·을의 입장이라도 항상 상대를 먼저 챙겨야 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예전에 중앙정부의 인사조직을 총괄하던 C부처 인사과에 재직하던 시절 D부처 인사담당관 P씨는 현역군인이면서도 이렇게 하였다. 아침저녁으로 연락하며 수시로 소통에 정성을 쏟는 그의 소신과 같은 모습에 대해 인사과 직원들은 칭찬을 했고 그와의 인간적인 관계도 상당한 기간 지속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미국 워싱턴 대사관 주재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이다. 미 연방정부 인사관리처(OPM)의 접촉 창구(contact point)의 협력자(counterpart) L(R. Lowe)씨는 역대 주재관들에게 까다롭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바쁜 직위라서 그런지 몰라도 말이 매우 빠른데다 태도도 불친절했다. 인종차별자라는 소문도 있었고 2-3년간 그의 얼굴도 못 본 주재관도 있었다고 한다. 　자료 하나가 아쉬운 필자로서는 틈틈이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하고 찾아갔다. 한국의 개천절 행사 등에는 꼭 초청장을 보내고 전화도 했다. 점차 2년이 지나면서는 필요할 때면 언제나 협조가 되었고 워싱턴을 떠나올 때는 서로 선물 주고받으며 작별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새해 인사를 교환했다.　한편 개인적인 노력보다 그 개인이 속한 조직이나 집단의 문화적 역량·명성 또는 여건 때문에 협력이 용이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개인이 통제하거나 일시적인 노력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할 것이다. 　미국에 근무할 당시 버지니아 주 국무장관 비서실장과 처음 통화를 하던 중 그녀가 갑자기 대구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깜짝 놀라 대구를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니 20여 년 전에 남편이 대구에서 주한 미군으로 근무했었다는 것이다. 대구 생활에 많은 그리운 추억이 있다고 했다. 그로부터 그 비서실장과의 협의는 모든 것이 원만했다. 그녀에게 대구 지역 사람들의 인심이 좋지 않았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는 일들이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대체로 주한 미군 출신자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호의적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 번은 급히 호텔예약 여자 중개원과 전화로 협조를 하는데 갑자기 부산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몇 년 전에 배낭여행을 하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부산 남자들이 그렇게 친절하고 좋더라는 것이다. 실제 부산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는 모르나, 그로 인해 기분 좋게 협조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영·미 권에서 느끼는 일본인의 이미지와 평가는 우리가 따라갈 수준을 넘는다. 일본의 경제력이 인정되고 일본인들의 깔끔과 공손(politeness)은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서구에서 일본인은 생활의 초기 정착을 하는 데도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용이하고 상대적으로 신뢰를 쉽게 얻는 혜택이 있는 것이다. 　`협력조직원`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내가 속한 도시· 나라의 개개인들의 오랜 노력이 집적되어 형성된 `문화 수준`이 근본 바탕으로 작용하는 것이며, 결국에 국력도 이처럼 총체적으로 신장되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