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최초의 통일국가였던 란상왕조의 옛 수도 루앙프라방은 2008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위로 꼽힌 도시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아름답고 느긋한 도시로 알려진 루앙프라방은 동양과 서양의 조화라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옛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고 도심에 서른 개가 넘는 전통 사찰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골목길로 들어서면 사시사철 담장을 타고 올라가는 꽃들이 만발해 있고 주요도로변에는 라오스 전통음식은 물론 세계의 여행자들이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다. 메콩강을 끼고 하룻밤 숙박료가 10달러에서부터 300달러에 이르는 숙소들이 등급별로 마련돼 있고 환전소가 늘어서 있다.　이른 아침 동이 트기 전 주요 도로로 나서면 지역의 사원에서 승려들이 줄을 지어 탁발행렬을 벌인다. 오렌지색 가사를 걸치고 맨발로 나선 탁발행렬은 루앙프라방의 최고 관광 콘텐츠다. 여행자들은 길가에 무릎을 꿇고 앉아 현지인들과 함께 탁발을 체험한다. 이 도시를 여행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종교의식에 대한 추억에 젖어 있다.　또 탁발을 마친 여행자들이 좁다란 골목길에 들어서면 촘촘한 아침시장이 열려 산책 나온 길을 즐겁게 하고 어두워지면 메인스트리트를 차단하고 고산족들의 야시장이 펼쳐진다. 냉장시설이 발달되지 않은 라오스의 특성상 아침시장에는 루앙프라방 시민들이 하루 동안 소비할 싱싱한 채소와 육류, 물고기들이 비린내와 특유의 향기를 품으며 소비자들을 기다리는데, 그 광경은 어느 누구가 봐도 정겹고 아름답다. 라오스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얘기하는 단어인 `순수` 그 자체다.　야시장에는 고산족들이 손수 만든 공예품과 옷, 먹을거리들이 등장해 루앙프라방을 찾은 여행자들의 나이트 라이프를 책임진다. 어느 곳에 가도 거의 같은 모양새를 가진 기념품들이 아닌 루앙프라방에서만 구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상품들이 선보이고 장구경을 하다가 배가 고파지면 아무렇게나 나무의자에 걸쳐 앉아 음식을 시키면 거의 실패하지 않을 정도의 맛있는 음식도 준비돼 있다.　루앙프라방이 이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문화역사 콘텐츠도 한 몫 했지만 지방 행정청이 기울인 노력의 결실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시내 중심가에는 하루 종일 대형 차량을 통제한다. 대신 오토바이나 작은 트럭을 개조해서 만든 `툭툭`과 전동 카트가 불편함이 없이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야시장이 들어서는 시간이면 아예 일체의 교통수단은 통제된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증개축이 불가한 불편함이 오히려 루앙프라방의 매력을 높였다. 프랑스 식민지시대에 지은 목조건물들이 낡고 퇴락했지만 내부 환경개선을 거쳐 여행자들이 라오스 특유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목조로 된 건물이 가지는 안온함과 그들의 개성이 살려낸 색조의 신묘함이 왜 루앙프라방을 꼭 가봐야 할 도시 1위로 꼽았는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루앙프라방의 카페와 베이커리는 거의 수준급이다.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받은 도시답게 크루아상과 타르트, 바게트가 놀랄 정도로 맛이 있고 볼라벤 고원에서 재배한 커피도 라오스 특유의 향기를 품어 이채롭다. 그렇게 보면 루앙프라방은 라오스의 전통도시이면서도 이미 세계의 여행자들을 느끈하게 수용할 수 있는 국제 감각의 도시로 성장해 온 것이다.　라오스의 국민소득은 약 3천 달러에 이른다. 우리의 국민소득이 2만5천에서 3만 달러에 이른다고 볼 때 우리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 루앙프라방에서는 가능한 일이 경주에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문화유산도 인프라도 경주가 월등하게 앞서면서 세심한 관광정책이 없어서 루앙프라방을 찾는 관광객의 10분의 1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철저하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것은 관광정책 입안자들의 안목이 짧거나 선진 관광지를 둘러보지 않은 게으름에서 비롯된 현실이다. 그리고 시장의 결단이 부족한 탓도 있다. 하드웨어 복원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여행자들이 무엇을 좋아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지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