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들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말이 `적폐`란 단어일 것같다. 그동안`적폐`의 대상을 특정정권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느냐는 시비가 있었고 각부서의 `적폐청산위원회`란 조직이 법적 근거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적폐청산위원회가 인적 적폐대상으로 지목된 사람들이 수사선상에 오르고 급기야 그들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면서 이제`적폐`란 말이 일종의 숙청(肅淸) 내지 숙정(肅正)대상에 붙이는 공포의 딱지가 되었다. 　물론 어떤 사회든 잘못된 관행이나 잘못된 사람들이 오랜 세월 해당 분야나 기관을 썩고 병들게 하는 폐단이 쌓여 사회전체를 퇴행시키는 경우를 역사에서나 현실에서 적지않게 발견한다. 그럴 경우 적폐를 깨끗하게 씻어내고 정상화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같은 적폐를 규정하고 청산하는 것이 특정정파에 의해 전횡되는 것은 자칫 그 사회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음을 종종 역사의 경험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같은 사례는 프랑스 대혁명기에는 말할 것도 없고 적폐에 의해 구체제가 무너지고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는 역사의 전환기에 적폐청산이 급진적이거나 물리적으로 강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현정부에서도 `촛불혁명으로 탄생된 정부`란 명분으로 적폐에 대한 사회적 공감절차를 밟은 양 집권세력 중심의 적폐청산을 강행하고 있어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것이다.　`적폐`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나 적법성 등에 많은 이론들이 속출하고 심지어 대통령이나 총리의 적폐에 대한 규정이 다른 여권인사들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때는 적폐를 제도나 관행에 초점을 맞추는가하면 어떤 때는 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서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미 `적폐`란 굴레로 전정권의 주요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것을 보는 국민들은 인적 적폐청산에 무게중심이 있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 그것이 가져올 파장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기도 한다.　최근 군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사건으로 구속수사를 받던 김관진 전국가안보실장과 임관빈 전국방정책실장을 법원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한 데 대해 여권이 재판부를 적폐로 매도한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석방결정한 신광열 부장판사를 진보성향의 네티즌들이 `적폐부역자`니`적폐표본`이니 하며 신상털기까지 하는 등의 위협을 가한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여당의 유력정치인들까지 나서 `적폐`로 매도한 것이다. 　구속적부심제도는 신체의 자유를 위한 국민기본권보장 차원에서 법원이 구속된 피의자의 구속이 옳은지 여부를 다시 심사하는 제도로 이를 결정하는 것은 사법부의 고유권한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 안민석의원은 `적폐판사`가 `논란`이라 했고 송영길의원은 신판사를 "우병우와 같은 TK동향, 같은 대학 연수원동기 같은 성향"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판사의 결정이 신의 판결이 아닌 이상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이같은 결정에 이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법리와 건전한 상식의 범위에서 이루어져야지 감정을 앞세운 매도나 비난이어서는 안된다. 특히 입법부에 속한 국회의원이 판사의 결정에 자신들의 정치적 소신과 맞지않다고 비난하는 것은 반법치적이고 3권분립체제를 흔드는 민주주의를 손상하는 일이다.　특히 송의원의 `우병우와 같은 TK동향`과 같은 표현은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거론하지 말아야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잘못된 말이다. 대구경북권사람이라면 모두 우병우 같은 성향을 가졌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또한 안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맞지않다고 석방을 결정한 신판사에게`적폐`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는 것인가? 자의데로`적폐`란 딱지를 붙일 권리를 누구로부터 받은 것인가. 완장을 찬 것처럼 임의데로 `적폐`딱지를 붙이는 것 자체가 새로운 적폐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