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두고 시대성에 맞지 않게 평민, 또는 성인(성자)으로 구별짓는 것조차 어색한 일이지만 사람값을 하지 못하는 세대에 우리는 현대인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벼슬이 없는 특권 계급이 아닌 일반인을 서민(평민)이라 한다. 인간 존경의 대상인 성인은 덕망과 지혜가 뛰어나 길이 우러러 받들고, 모든 사람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을 가리킨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성자는 용모와 언행이 남달리 품위가 있고 지혜와 학식이 특출한 존재로 여겨 각 종교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두고 서품한다. 　기독교에서는 성인을 거룩한 신도나 순교자로 일컫는 말로 세인트(saint)라 하고, 불교에서는 모든 세상 번뇌를 끊고 정리(正理)를 깨달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리고 가톨릭에서는 교회에서 일정한 의식에 의해 성덕(聖德)이 뛰어난 사람으로 선포된 인물이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회자되는 말로 "그 사람 육두벼슬을 해도 품위가 없어 천박스럽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어리석은 사람도 잠잠하면 지혜롭게 보이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슬기롭게 보인다. 어리숙한 사람은 무슨 말이나 다 믿지만 생각이 깊은 현자는 난잡한 행동을 삼간다. 성인의 주장은 세상 모든 법이 파기되더라도 그가 살아가는 생활방법은 언제나 한결같다고 한다. 　한 철학자의 명상록에, 명성을 쫓는 자는 남의 행동에 자기 자신의 선(善)을 두고, 쾌락을 쫓는 자는 선을 자기의 관능에 둔다. 그러나 성인은 자기의 행동에 선을 둔다. 공치사가 없는 가장 현명한 자로 여기는 사람은 자기가 현명하다고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논어`에도 성인은 번거로운 세상을 피하고, 땅을 피하고, 기색을 피하고, 그 다음은 말을 피한다고 한다. 말은 생각의 옷이요, 마음의 그림이며 심부름꾼이고, 화석이 된 시(詩)다. 성인은 일반 서민보다 긴 귀를 가졌으며, 남보다 짧은 혀를 가진 분이라 한다. 세상을 대표하는 성인으로 석가, 공자, 예수, 소크라테스, 슈바이처, 테레사 수녀 등이 있다. 그 분들이 보여준 거룩한 업적은 인류의 표상이며 성공의 극치로 남는다. 　평상시에도 성인들의 말씀에는 언제나 겸손과 지혜가 겸비되며, 항상 인자하고 교훈적인 가르침에 많은 인간들이 숭상의 대상으로 삼고 덕망스런 언행을 생활의 표본으로 간직한다. 　성인들의 가르침이 오랜 세월을 두고 인간의 가슴에 각인되는 언행들이 격언과 명언이 되어 그 분들이 남긴 흔적과 자취를 추종코져 하는 인구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성인들의 공통된 마음씨는 언제나 `나 아닌 남`을 위한 봉사와 희생의 정신이다.　사랑은 인간을 성자로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성자라는 것은 지금까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사람들이라 스스로 고백하며 그 사랑에 몇 천 갑절 나누는 실천적 사랑이다. 　언제나 자신의 사랑으로 바람소리를 변화시켜 즐겁고 유쾌한 노래가 되게 일생을 바친 인물들이다. 그러면서도 성자가 덕행을 쌓을 때는 남의 눈을 피하려고 하고, 그것이 남에게 알려지지 않아도 조금도 원망하거나 슬퍼하지 않는 품성이다. 성인은 만민에게 인(仁)을 베풀고, 의(義)로써 절제하는 인간 최고의 인간이다.　서민은 악과 더불어 상종하면서도 누구나 성인이라 자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