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피해가 당초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포항시가 조사한 지진 피해는 인명피해가 91명, 재산피해액은 무려 994억여 원에 달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이렇게 눈에 보이는 피해액 말고도 집값하락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와 방문객 감소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한동안 계속될 조짐이라는데 있다.　포항지진 여파로 지역 부동산시장 침체가 가장 우려되고 있다.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업계 위축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던 지역부동산 경기가 차츰 개선되고 대형 건설사들의 신규 분양이 잇따르면서 지역 부동산시장도 어느 정도 활기를 찾는 분위기였지만 이번 지진으로 그나마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지진 진앙지 인근 주민들은 최대한 멀리 떨어지기 위한 이동 붐이 일고 있고 고층아파트 주민들의 탈 아파트 바람까지 불고 있다. 일부는 타지역으로 이주를 검토하는 등 엑소더스 조짐마저 일고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침체는 여러 분야에서 연쇄반응을 보이며 피해지역 주민들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은행권의 채권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이다. 피해주민들 중 상당수는 은행권의 대출을 끼고 아파트 등 부동산을 장만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번 지진으로 집값이 떨어지자 이자내기도 버겁게 됐다. 특히 매매가 중단되고 전세 값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닥쳤으나 거래가 되지 않아 자금압박을 받는 등 지진에 따른 여파가 지진피해여부와는 상관없이 지역 경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포항시 등은 지진피해주민들을 대상으로 취득세와 자동차세 등 지방세를 감면하고 피해기업에 대해서도 납부기한 연장과 지방세세무조사 등 세무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하지만 문제는 직접적인 금융거래 당사지인 은행과 보험사 등은 이자감면이나 유예 등의 조치는커녕 채권회수를 위한 강제집행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법원도 경매 등 법적인 절차를 계속하고 있어 `피도 눈물도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금융권과 법원의 구제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금융권 이자의 경우 "당장의 피해로 들어가 살 집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자를 꼬박꼬박 내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며 "이자지급을 일정기간 유예해 주던지 연체 발생의 경우 연체이자율을 조정해 주는 등의 조치가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한 법원 경매의 경우에도 "지진으로 부동산 가격이 뚝 떨어지고 관심도 덜한 상황에서 경매가 진행 될 경우 전반적으로 낙찰가가 터무니없이 낮아지는 등 헐값에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가 발생해 채무자들의 피해가 엎친데 겹친 격이 된다"며 "경매진행 절차를 한동안 중단하는 등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진피해 주민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때 이제부터는 금융권과 법원도 함께 나서 시민들과 고통을 나누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