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발새한 포항 지진으로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 건물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포항 지진으로 엿가락처럼 휘어진 기둥과 그 사이로 불규칙하게 튀어나온 앙상한 철근들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진을 보면서 필로티 구조의 건축물에 사는 국민들은 일제히 이사를 생각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필로티(Pilotis)는 말뚝·기둥이라는 뜻이다. 현대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고안한 건축 양식으로 공간의 개방감을 극대화해 건축물로 인해 사람과 차량의 동선이 막히지 않히지 않도록 한 기법이다.　이 같은 최첨단의 건축기법으로 지어진 필로티 구조의 건축물은 대개 원룸이나 빌라, 다세대주택 등이 많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에 이 필로티 구조의 건축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대지 면적이 좁은 곳에 주차장이나 점포들 그리고 주거 공간을 한꺼번에 집어넣을 수 있어 각광을 받았다.　포항 지진 이후 필로티 구조의 빌라나 다세대주택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필로티 구조는 기둥으로만 건물 전체를 지탱하기 때문에 구조상 기둥·보·벽으로 이뤄진 일반 건축물보다 상대적으로 지진에 취약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필로티 건축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진에 취약해 위험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설계와 시공 기준을 제대로 지킨다면 안전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저층 필로티 건물은 상대적으로 이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실시공`이 불안감의 원흉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포항 지진으로 피해를 본 건물들은 점검 결과 부실시공 의혹이 일고 있다. 포항의 한 필로티 구조의 빌라는 4㎝ 정도여야 할 철근을 감싸는 콘크리트 기둥 피복이 10㎝가 넘었다고 한다. 피복이 두껍다는 것은 철근이 들어가는 중심부가 그만큼 얇아졌다는 의미며 이 경우 지진하중을 견딜 힘이 적어진다.　필로티 구조의 건축물이 2000년대 들어서부터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것은 지난 2002년 `다세대·다가구 주택 1층 주차장 설치 의무화` 때문이었다. 　건물주들은 땅을 파서 지하 주차장을 만드는 것보다 물리적 시간과 공사비 등이 적게 드는 필로티를 선호했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필로티 건축물에 대한 내진 보강공사를 시급하게 서둘러야 한다. 여기에 정부의 적절한 대응도 필요하다. 언제 지진이 발생할지 모르고 불안에 떠는 국민들을 안심할 수 잇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