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스스로 날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은 `비행기`라는 날틀을 고안함으로서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인간이 고안한 여러 가지 교통수단 중에 이 비행기만큼 경이로운 물건이 또 있을까 싶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동차가 없어도 지상에서 움직일 수 있으며, 선박이 없어도 물위에서 놀 수 있지만, 하늘을 난다는 것은`비행기`라는 기적 같은 발명품이 없이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 때 마이카가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소위 자가용을 가진 사람들이 특수계층으로 분류되던 그 시절 말이다. 물론 2000cc, 3000cc급 이상 엔진에 냉난방시설 등 각종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시속 200Km의 속도로도 달릴 수 있는 지금의 승용차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준의 열악한 성능이긴 했지만, 　지금으로부터 수 십 여년 전, 현대자동차에서 생산된`포니`첫 모델을 구입하여 핸들을 잡았을 때의 그 뿌듯함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당시에는 차가 귀한만큼 운전면허 소지자도 귀하여, 운전면허증을 무슨 대단한 기술자격증이라도 되는 냥 자랑하고, 심지어 이력서에까지 기록하였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당시에는 자신이 자가용을 운전하여 다닌다는 것은 대단한 긍지가 아닐 수 없었다. 　그 후, 나는 어쩌면 더 좋은 차를 구입하기 위해 배에 올랐는지도 모르겠다. 당시에야 요즘처럼 돈만 있다고 아무나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여행자유화 시절이 아니어서, 나는 배라도 타고 온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었으며, 당시 대형선박 국장으로서의 보수도 그리 불만족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수 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 때 그 잘나가던 국제 통신사 면허는 지금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운전면허보다도 쓸모가 없게 되었으니 격세지감이 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원래 사주팔자에 역마살이 끼어있고, 끊임없이 어디론가 달리지 않으면 견디지를 못하는 체질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망연자실 잃어버린 바다를 바라보다가 문득 하늘로 눈을 돌리게 되었는데, 지금으로부터 대략 20여 년 전 쯤, 인생 오십대에 이르러 느닷없이 비행사가 되겠다고 나섰으니, 속된 말로 또라이 소리를 들을 만도 했지만, 그러나 1여년의 고군분투 끝에 비록 전투기 조종사는 아니더라도 경비행기를 몰고 새처럼 창공을 누비게 되었고, 나는 다시 한 번 하늘에서 인생의 긍지를 찾게 되었다. 　그런데 수 년 전 경주로 낙향한 이래, 여러 가지 사업상의 어려움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비행을 하기 곤란한 첫 번째 이유는, 명색이 국제 관광도시라는 경주에 공항까지야 인근 공항이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2인승 초경량 비행기 한 대조차도 착륙시킬 공간이 없더라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비행기 활주로라고 하면 대단히 거창하게 생각할진 모르지만, 사실`세스나`기종 이하의 경비행기, 특히 스포츠 기들은 불과 수 백 미터 정도의 잔디밭만 있으면 충분하다. 경주 북천에서 서천으로 이어지는 고수부지만 잘 활용해도 가능한 일이지만, 문제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시정 당국의 의지일 것이다. 지금 국내에는 수 만 명의 항공레포츠 동호인들이 활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가용 경비행기의 수도 현재 수 백 대를 초과하여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전국 지방에 이미 20개소 이상의 경비행기 활주로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주시가 얼마나 새로운 변화에 뒤쳐지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인생이 무상하듯 직업도 무상하여 세상이 변함에 따라 직업 또한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사람들의 기호나 관광패튼도 달라지기 마련인데, 우리 지역 사람들은 요트나 비행기 같은 것은 꿈같은 먼 남의 나라 예기이고, 오직 땅을 기는 2000cc 승용차 3000cc승용차 아니면 외제 승용차에만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도 이제 좀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를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