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수북이 쌓인 낙엽을 치우며 올 한해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시즌이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부터 신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과 트럼프의 미국 중심 에너지정책까지, 연초부터 들뜬 마음이 가라앉을 새가 없는 한 해였다.　내릴만 하면 올라가는 기름값으로 인해 불안한 마음을 달래보려 전기차 박람회를 서성거렸지만 보조금을 받더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돌아보기도 전에 수능한파가 찾아와 올 겨울철 난방비용 부담에 난방유의 가격변동 추이를 보게 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60달러를 넘어, 올 겨울 난방비를 줄일 수 있는 생활 속 에너지절약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가 되었다.　난방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11월이 `에너지절약의 달`이라는 것을 상기하며, 우리사회 전반에 에너지절약 문화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자원빈국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증가해 생활문화에 큰 변화가 생기며 에너지소비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아궁이에 불을 때는 온돌문화에서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보일러문화로 난방 방식에 변화가 생겨, 우리는 겨울철 난방비용을 걱정하면서도 일부 가정에서는 짧은 반팔 차림으로 과도한 난방을 하며 풍족한 에너지 생활을 하고 있다.　겨울철 적정 난방온도는 18~20℃이고, 실내온도를 1℃ 낮추면 에너지 사용을 7% 줄일 수 있다는 상식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최근 급속한 사회발전 만큼이나 메말라 가는 우리사회의 정서를 채워주기 위해 잊고 있었던 추억의 생활문화를 되찾고자 하는 복고 유행이 불고 있다. 추억의 가요와 드라마가 유행하고, 사랑의 연탄배달 등 그때 그시절의 낭만을 찾으려 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빨간내복이 도시가스 보일러보다 더 따뜻하고, 할머니가 화롯불에 구워주신 군밤과 고구마가 전자레인지로 익힌 햄버거보다 더 맛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의 풍족한 난방은 추위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리고, 공기를 건조하게 해 호흡기 및 피부 질환을 유발하지만, 그 시절 생활문화는 지금보다 건강하고 자연친화적이며 에너지를 절약하는 소중한 에너지 문화였던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어려운 시절을 겪은 것이 아니라 건강한 에너지 문화를 향유한 것이었고, 이러한 에너지절약 문화를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어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전에 우리는 `한등끄기 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잘 살아보겠다"고 국민 모두가 전등을 하나라도 더 껐던 추억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에너지절약의 달을 맞아 복고 유행에도 따를겸 `한등끄기`를 실천해보면 어떨까.　기름값과 에너지정책을 걱정하기 전에 우리 생활부터 건강한 에너지 문화로 전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