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에 차기약속은 없다`는 말이 있다. 조직 내 직원들에 대한 승진·전보 등 인사를 운영함에 있어 다음에 어떻게 해 주겠다는 인사책임자의 이른바 `차기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인사권자가 불시에 바뀌거나 인사권자는 그대로이면서 인사 상황이 변하는 일도 빈번하다. 인사권자가 임기가 있는 직위인 경우에도 인사의 `차기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과연 인사의 `차기약속`은 믿을 수 없는 것인가? 순진하게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인가? 조직인 대부분은 채용·보임·전보·승진·파견 등 여러 형태의 인사를 겪게 된다. 그 중 채용이 직장생활의 첫 출발이지만 인사의 중핵은 승진이 될 것이다. 아무리 잘 된 인사라고 하더라도 불만은 있게 마련이다. 모두를 만족시켜 주는 인사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사의 만족도는 일반적으로 반(50퍼센트)을 넘지 못한다. 특히 승진 인사에 있어서는 2할(20퍼센트)을 넘지 못한다. 즉 열 명 중 다섯 명은 불만을 표하고 두 명이 만족하며 세 명이 침묵하면 그런대로 수긍될 수가 있다. 이것은 승진 인사의 경우 통상 승진할 인원수의 5배수 범위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사를 하기 때문이다.　인사 불만은 다반사이고 그래서 실시를 전후해서 인사책임자가 이 불만과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에는 꼭 챙겨주겠다는 약속을 하곤 하는 것이다. 또 인사에는 주로 구실이 붙는다. 이 구실은 특히 `안 해주는 인사`에는 거의 필수적이다. 이 구실들 중 출신 지역·학교 또는 성비(性比) 안배 등은 차라리 정직한 것들이다. 　`나이`나 `기수`(期數)는 야비하여 양면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즉 기용할 때와 배제할 때의 논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을 맡길 때는 나이나 기수가 어려도 발탁이라는 이름으로 시켰다가 막상 인사 때가 되면 나이·기수가 아직 어리니 다음에 해야 한다는 즉 차기약속을 하는 것이다. 이 경우의 차기약속은 십중팔구 지켜지지 않는다. 결코 쉽게 믿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방 U광역시 부단체장 근무를 마치고 중앙에 복귀할 때의 일이다. 원 소속이던 H부(部) ○○실장에 보임되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며칠 새 갑자기 ○부(部) 기획조정실장으로 발령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그 부는 채용비리 파동으로 지휘부 사퇴 등 조직전체가 신뢰를 잃고 초상집 분위기였다. 조직혁신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 직위는 차관급으로 승진하는 보직으로서 필자 `기수`에는 너무 무거운 자리였다. 보직에 비해 기수가 아직 어린데다 사고로 엉망이 된 곳에 하필 내가 왜 가야 하느냐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기수`가 뭐 중요하냐는 것이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재가를 이미 받았다는 소리에 이틀 만에 승복하고 부임했다.　첫 날부터 독한 각오로 낯선 조직을 껴안았다. 조직과 하나가 되어야 했다. 제도·소통·문화 체계 등 혁신과제 40개를 따로 설정해 추진했다. 매일 아침 언론보도에 긴장했다. 재외공관의 기강 사고도 간헐적으로 보고되었다. 밤 열시 열한 시 근무도 일쑤였다. 아침마다 안압(眼壓)이 올라 머리가 터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수시로 견과류를 씹으며 일했다. 사직서를 써서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H부에서 같이 간 과장 두 명과 조직 살리는 일이라면 다 추진했고 ○부 직원들의 호응도 좋았다. 　국회·청와대 등을 오가며 일하는 사이에 두 번의 겨울이 지나면서 조직·인사의 기본체계는 어느 정도 잡혀 갔다. 차관급 인사 때가 되었다. `기수`가 아직 어리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고향 조직인 H부 ○○실장으로 하향(?) 전보되어 돌아왔다. 이처럼 `기수` 논리도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것이다. 이러할 때 이른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인사에 `차기약속`은 없다. 차기에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주로 차기의 사정 때문이다. 그러나 약속이 안 지켜진다고 누구를 원망할 일은 아니다. 차기약속의 허구가 종종 새옹지마로 돌아오는 일도 있는 것이다. 새옹지마도 아닐 수가 있다. 그래도 서러워 할 일은 아니다. 조직생활이 본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