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포항을 잇는 형산강 일대가 지진(地震)으로 난리를 겪고 있다. 이 일대가 지진 활성단층대라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수천 년 전부터다. 비단, 이 지역 뿐 아니라 우리나라 그리고 인근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지진대는 분포돼 있다. 다만, 진도의 크기에 따라 피해 규모가 드러나지만 우리는 지진의 경험이 적어 최근부터 혼란을 겪고 있다.　지진은 인재(人災)가 아닌 천재(天災)여서 예방책도 없다. 그러나 지진 발생에 대비해 대피, 구호활동, 복구 등만이 할 수 있는 조치여서 안타깝기만 하다. 어쨌든, 국내에서 경주 · 포항 동해안 지역만 대형 지진이 터져 주민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그 불안감 속에는 주민들의 주거공간이나 학교 등 공공시설물이 지진에 대해 속수무책임이 드러나 결국 부실시공이나 지진에 대한 안전대책을 소홀히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진으로 인한 건축물의 피해를 보노라면 수천 년 전에 축조된 `첨성대(瞻星臺)`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당시의 석조유물 건립에 참여한 장인(匠人)의 정신과 책임감은 현재 지진을 겪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신라 천년의 수도였던 경주를 방문하거나 관광을 하는 국내외 인사는 첨성대를 꼭 한번은 보게 된다. 지난 1962년12월20일 정부로부터 국보 제31호로 지정된 첨성대는 2년간 강진에도 굳건한 것을 보면 신라인의 건축술이 최고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국보(國寶)는 한국 역사에 있어 최초 `여성` 통치권자인 신라 제27대 선덕여왕(재위 632~647) 때 축조됐다. 당시는 한반도는 백제, 고구려 등의 삼국이었고, 중국 당나라와 문화 및 경제 교류는 시작되는 단계였다.　선덕여왕 등극 당시 신라 권부(權府)는 성골과 진골로 양분되었고, 특히 귀족 간에도 심각한 권력투쟁과 골육상쟁 등 정치적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런 혼란기 속에서도 여자의 몸으로 권력을 15년간 유지한 선덕여왕의 위대한 치적(治績)을 꼽는다면 단연코 `첨성대`와 `황룡사 9층 목탑`을 건립했다는 것이다.　이 목탑은 높이만 해도 현재 아파트 27층 높이인 80m다. 그러나 고려(1238년) 때 몽골의 침입으로 불타 사라지고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그 당시 백제, 고구려 역시 건축자재는 나무(木)가 주류였고, 불상과 탑 등은 석재(石材)여서 전쟁으로 목조 유물은 대부분 소실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첨성대는 1400년이 지나도록 훼손되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한 선덕여왕과 건립에 참여한 장인(匠人)들에게 감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높이 9.17m, 밑지름 4.93m, 윗지름 2.85m인 첨성대는 밑에서부터 4.16m 되는 곳의 남쪽 허리에 한 변이 1m인 정사각형 문이 달려 있다. 30cm 높이의 돌 361개 반을 사용하여 상층부와 기단을 제외한 27단을 쌓아 올렸고, 전체 돌의 개수는 401개다.　내부는 제12단까지 흙이 차 있고, 제19단에서 제20단까지와 제25단에서 제26단까지의 두 곳에 정(井)자형 장대석(長大石)이 걸쳐 있는데 그 양 끝이 밖으로 나가 있다. 제27단 내부의 반원(半圓)에는 판석(板石)이 있고, 맞은편에는 판목(板木)을 놓았던 곳으로 보이는 자리가 있다. 판석은 길이 156cm, 너비 60cm, 두께 24cm이다.　꼭대기에는 정자석(井字石)이 2단으로 짜여 있다. 석조유물전문가와 건축전문가들은 첨성대를 특이한 반 곡선 형태로 구조적 안정성과 심미적 요소를 모두 갖춘 건축물로 평가하고 있다. 　첨성대의 위치는 평지다. 슈퍼맨이나 헤라클래스가 손으로 밀어버리면 금방이라도 붕괴할 것 같은 첨성대. 두 번의 강진에도 유유히 버티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 내진설계(耐震設計)를 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극찬마저 하고 있다. 　돌 하나하나를 배치하는 것도 과학적으로, 철저한 계산으로 놓였기에 외부 진동이나 더욱이 강진에도 그 위엄성을 잃지 않는 것이 `첨성대`다. 이 첨성대 건립 목적에 대한 논란은 학계가 풀 과제이지만, `건축술` 만큼은 우리가 다시 한번 깊이 연구하는 것이 `강진 대비 선진국`으로 가는 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