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그 옛날, 중국에 `조주(趙州)`라는 중이 있었다. 가족도 싫고, 공부도 싫고, 벼슬도 싫어, 아니 숨 쉬는 것도 때로는 귀찮아, 어디 도(道)나 딱자 하고 어느 날 깊고 깊은 산속 동굴로 들어가 반눈을 뜬 채 능구랭이처럼 또아리 틀고 십 년을 앉아 있더니, 어느 날 갑자기 `알았다아!` 하고 외치니, 사람들이 몰려가 이 스님이 필시 도가 터진 게 분명하다 생각하여, 도대체 무엇을 알았느냐고 물으니, 이 짓꿋은 중이 왈, 내가 십 년을 용맹정진하여 얻은 답을 공짜로 가르쳐줘? 하면서 빈 종이에 `무(無)`자 한 자만 달랑 써서 던져 주더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뭇 학승(學僧)들이 그 화두만 풀면, 경천동지(驚天動地)하는 능력을 가지는 도사가 되리라 믿고 모두가 또아리를 틀고 앉았는데, 그 바람에 도는 얻지 못하고 무르팍에 관절염만 얻은 환자가 부지기수라 하였다. 재물을 구하든, 권력을 구하든, 명예를 구하든 심지어 도(道)를 구하든 구함이 곧 병이라. 구함이 사라지면 결핍이 없고, 구함이 없으니 고뇌가 있을 리도 없건만….　장삼 속에 욕심을 감춘 자칭 도인(道人)들이 범종을 치며 공양주를 호객하고, 십자가를 목에 건 주님의 종들이 십일조(十一條)를 외친다. 지성의 전당 속에 지성은 사라지고 낡은 녹음기만 찌직거리고 있다. 스승이 사라지니 제자가 있을 리 없고, 가르침이 없으니 배울 것은 무엇인가?　다시 조주의 얘기로 돌아가자. 모두가 오로지 면벽참선(面壁參禪)에만 몰두하다가 다리병신이 되었든 말았든, 조주의 도력(道力)이 중원(中原)에 자자하니, 그의 명성에 질투를 느낀 황제께서 신임하는 제상을 불러 하명하기를, `대체 그 중이 어떤 놈이관데 천하가 이리 시끄러운고? 그대가 그를 찾아 그 깨우친 도가 무엇인지를 당장 알아오라` 그리하여 그 재상은 화려하고 위엄 넘치는 붉은 관복에 황제의 깃발을 펄럭이며 호위 무사들을 거느리고 머나 먼 길을 걸어, 드디어 조주스님이 머무는 암자에 이르게 된다. 　소문은 무성하나 절 꼬라지를 보니 초라하기 그지없구나 생각하며 황제의 재상은 보무도 당당하게 절 문을 박차고 들어갔는데, 비쩍 마른 볼품없는 중이 하나 좌상에 앉아 감히 황명을 받아, 만 리 길을 달려온 재상에게 절은커녕 눈길조차도 주지 않으니, `이런 건방진 중놈이 있나?` 하면서도, 지엄한 황명을 어길 수는 없기에 나름 예를 갖추고, `불교가 대체 무엇을 하자는 도인지요?` 하고 물으니, 조주가 심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하기를, `암껏도 아니어, 기양 착하게 살자는 말이제` 　그 말을 듣자고 만 리 길을 걸어 온 것은 아닐 탠데, 그만 분기가 탱천한 황제의 재상은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조주에게 욕설하였다. `원 별 미친 중놈을 다 보아! 그런 것이야 세 살 먹은 어린아이라도 알겠다아!` 씩씩거리며 절 문을 막 나서려는 순간, 뒤통수에 불이 번쩍할 정도의 큰 소리가 들렸는데, `야 이놈아! 세 살 먹은 어린아이라도 알지만, 백 살 먹은 노인도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아느냐?` 그 순간 재상이 화들짝 놀라 즉시 몸을 돌려 조주스님에게 큰 절을 올리게 되었다는 얘기다.　도(道)는 축지법(縮地法)을 행하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성경말씀의 진리 역시 기적이 일어나는 복을 구함이 아니라 생각한다. 학문이라는 것 또한 대단한 권위를 구함이 아니며 누구나 취득할 수 있는 주인 없는 지식의 단편일 뿐이기에 사람의 인격이나 신분을 규정하는 척도가 될 수 없고, 학문은 주입되거나 수여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채득하고 공부하여 알아감일 뿐이라는 말이다.　선생이 아니니 제자가 있을 리 없지만, 나는 내가 스스로 나의 제자임을 안다. 나는 곧 내가 나의 스승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