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진 14개월만에 포항에서 강진이 일어나 한반도의 동남권 주민들은 극도의 공포속에 나날을 보내고 이재민들은 겨울추위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경주지진 때도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란 진단과 함께 내진설계대상 확대와 민간시설내진보강지원, 사고발생시 긴급구호와 대피에 따른 각종조치 등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번에 보니 그게 대부분 허사였다. 경주지진 당시 주민들이 당한 고통이 이번에도 거의 그데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게 있다면 지진의 강도가 약간의 차이가 있고 그 때는 가을이었고 지금은 겨울이란 것 뿐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또 내놓는다는 대책이 작년 지진 때와 판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주지진후 1년 넘어 무엇을 했는지 모습을 보이지않던 정치인들의 생색내기 방문마저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현실성있는 대책을 내놓기 위해선 관련 공직자들의 현장방문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사진찍기에 나선 것같이 보일 따름이다. 　더 기가막히는 것은 각 정당들의 반응이다. 여당인 민주당에선 내진설계6.5이상의 원전 안전도에도 불구하고 당장 고통을 겪고 있는 이재민 문제 보다 탈원전정책을 의식한 것같은 원전안전문제를 먼저 들고나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능연기를 결정한 것을 두고도 여권일부에선 무슨 대단한 일이나 한 것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지진으로 인해 고통받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심정을 더 착잡하게 만들었다. 　야당일부의 언동은 더욱 한심하다. 류여해 자유한국당최고위원은 포항지진을 두고`문재인 정부에 하늘이 준 경고,천심`이란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지진사태의 본질을 벗어난 조선조시대의 당쟁을 보는 것같은 황당함을 보였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주는 것은 수도권 중심의 정치와 행정이 한반도 동남부의 천재지변에 그만큼 절박한 상황의식이 결여된 것을 말하는 듯하다. 　만약 수도권에 이같은 일이 생겼다면 이렇게 자다가 봉창 두더리는 엉뚱한 발언을 할 수 있을까? 그러찮고서야 경주강진이후 국회와 정부가 내놓은 처방들이 어떻게 그렇게 방치될 수 있느냐고 묻지않을 수 없다. 　국회의 경우 경주지진 뒤 49건의 예방대응법안을 내놓았지만 이 가운데 10건만 통과 시킨채 나머지는 그냥 계류중이란 것이다. 정부 또한 이번에도 경주지진 때와 마찬가지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했지만 주민들은 원하는 지원이 이루어질지에 대해 미더운 마음이 아니다. 　경주의 경우 일부 피해복구비를 지원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주민들의 내진에 관한 근본책 요구는 외면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포항 이재민들은 추위에 떨며 개인사생활보호도 되지않고 화장실도 제대로 마련되지않은 체육관시설에 수용된 것이다. 물론 지진관련 예산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주로 공공시설의 내진 보강에 소요되는 예산에 불과하다. 　포항지진에서는 공공 건물은 괜찮았지만 이재민이 발생한 민간 주택과 상가는 날림공사와 부실공사에 겹쳐 내진설계가 되지않아 피해가 컸다. 지진예방에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해 되살린다던 지질공학연구센터와 국립지질방제연구원 신설은 유야무야한 상태에 있다. 이번 포항강진 피해는 경주의 처방을 방기한 인재의 측면이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장 먼저 이들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과 내진 보강을 위한 긴급예산확보는 물론 법제도를 정비해야한다. 지진긴급대피를 위한 매뉴얼은 물론 그에 따른 대피시설이 제대로 갖춰져야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된 이 지역의 지진문제는 장단기 예측이 가능하도록 연구기관을 설치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번에도 부진한 대책이 반복된다면 주민들이 촛불이라도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