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만이 자유의지라고 말한 쇼펜하우어　정작 그는　여든이 넘도록 천수를 누렸고요　자녀 교육의 지침서인 `에밀`을 쓴 루쏘　정작 그는　다섯 자식을 고아원에 맡겼다네요　백지의 공포란 말로 시인으로 사는 삶의 고통을 고백한 말라르메　정작 그는　다른 시인보다 평생을 고통 없이 살았고요　`행복론`을 써서 여덟가지 행복을 말한 괴테　정작 그는　일생동안 열일곱 시간밖에 행복하지 않았다고말했다네요　　정작 그는 알고 있었을까요　변명은 구차하고 사실은 명확하다는 것을요　정작 그는 또 알고 있었을까요　위대한 사상은 비둘기 같은 걸음걸이로 이 세상에 온다는 것을요. 　 -천양희 　삶이란 살아 갈수록 참 기묘하고 신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또한 삶이란 것이 현실과 이상의 차이도 차이지만 그 불균형한 관계 또한 미묘하다. 인간은 현실과 이상(가능성)의 세계에 발 딛고 사는 이중적인 존재자라 할 수 있다.　시인은 현실보다는 이상(꿈)의 세계를 더 추구하고 꿈의 세계에 더 깊이 들어가 사는 존재자이다. 그 불균형 때문에 시인들은 불가능한 멋진 작품도 써내는 지도 모른다. 　이 시는, 현실과 꿈의 불균형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런데 그 불균형한 각도가 "위대한 사상"을 가져 오고, "비둘기 같은 걸음걸이로" 이 세상에 온다는 것이다. `행복론`을 쓴 괴테는 그 삶이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텐데, 그는 정작 열일곱 시간밖에 행복하지 않았다고 실토하고 있고, 자녀교육론의 지침서인 `에밀`을 쓴 루소는, 자녀들을 누구보다 잘 키웠어야 할 터인데 그는 정작 다섯 자식이나 고아원에 맡겼고, `백지의 공포`란 말로 시인으로 사는 삶의 고통을 고백한 말라르메는 정작 다른 시인들보다 고통도 없이 평생을 살았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삶의 현실과 꿈 사이의 그 불균형한, 삶의 아이러니를 본다.　시속 화자의 말처럼 "변명은 구차하고 사실은 명확하다"는 것을 위인들은 과연 알고 있었을까? 그렇다, 위대한 사상은 조그만 발견에서 온다.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처럼, 위대한 사상과 위대한 철학은 어쩌면 비둘기 같은 조그만 걸음걸이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낙엽 지는 가을 앞에서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 했다`고 노래한 시인 릴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