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귀저우성(貴州省)의 오지 중에 오지인 자오싱(肇興)은 소수민족인 동족(　族)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한가운데 높다란 고루(鼓樓)가 있고 그와 대칭을 이루는 곳에 풍우교(風雨橋)가 있다. 고루와 풍우교는 동족의 상징이며 오랜 전통문화로 중국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지켜진다. 풍우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보편적 다리 모양과 달리 다리 양쪽에 누각이 있고 다리 위에 지붕을 덮었다. 그리고 다리 중간 중간에 의자를 놓아 다리 그 자체로 도강(渡江)의 의미에 더해 마을 공동체의 회합장소로 이용된다.　이 풍우교는 비바람이 잦은 중국 남방의 기후적 특성을 잘 나타낸다. 비바람이 불어도 동족 사람들은 들판에 나갔다가 다리로 피해 쉬기도 했다. 이 다리들은 대개 한나라 말이나 당나라 때 처음 축조됐으니 오랜 세월 동족 문화의 아이콘 역할을 할만하다. 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단단한 삼나무를 깎아서 축조한 풍우교의 회랑에는 역사인물과 채색화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용과 사자, 기린, 봉황과 같은 중국 역사상 길함을 상징하는 동물들의 사진도 함께 걸려 있다.　이 풍우교는 설화를 간직하고 있다. 옛날 동족마을의 한 여인이 나무다리를 건너다가 게 정령에게 끌려 강물바닥의 동굴에 잡여 들어갔다. 그 연인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으나 바람소리와 빗소리에 묻혀 사람들이 듣지 못했다. 그 위급한 시각에 강물 속에서 꽃용 한 마리가 뛰쳐나와 게 정령과 싸워 그 여인을 구해냈다. 그로부터 현지인들은 그 꽃용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나무다리를 회랑식 단단한 다리로 바꾸고 네 개의 기둥에 꽃용을 조각했다.　이와 비슷한 다리는 베트남 호이안에도 있다. 내원교라는 다리다. 이 다리는 1953년 일본이 호이안의 주민들을 위해 투본강을 건너다니는 다리를 지어줬기 때문에 `일본교`라고 쉽게 부르기도 한다. 호이안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로 향하기도 하고, 반대로 홍등이 즐비한 강변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내원교는 비록 짧지만 풍우교 양식으로 지어 눈길을 끈다. 기와로 된 지붕을 덮고 다리 가운데 작은 회랑을 뒀다. 내원교는 호이안의 랜드마크로 인식되며 만남의 광장 역할도 착실하게 한다.　풍우교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페르시아에도 이와 같이 다리 위에 지붕을 덮고 가장자리에 회랑을 만들어 쉼터로 만들어 놓은 곳이 있다. 이란 역사도시 이스파한의 자얀데강을 가로지르는 씨오세폴이 그것이다. 강을 건너는 고유의 역할을 하지만 다리 위에 지붕을 얹고 군데군데 앉을 자리를 마련해 쉼터를 만들어 뒀다. 사람들은 그 다리를 건너 오고가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강 이편과 저편의 소식을 나눈다. 또 강을 건너다 말고 쉼터에 주저앉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신다.　씨오세는 `33`을 뜻하고 폴은 이란어로 `다리`를 의미하므로 씨오세폴은 `33개의 다리`라는 뜻이다. 33개의 아치로 형성된 다리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씨오세폴에는 언제나 사람이 북적인다. 강물이 불어있거나 말라붙었거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해질 무렵에 찾아가면 씨오세폴의 아름다움을 가장 극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오렌지색 불을 밝히기 때문이다. 물이 불어나면 다리의 아치가 빚어내는 낭만이 물 위로 떠다닌다. 또 건기에 강바닥이 드러나도 다리는 요염하다. 씨오세폴과 거의 같은 모습을 지닌 폴레카쥬도 풍우교 양식과 닮았다.　경주의 월정교가 정식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라의 다리이니 동족의 풍우교와 거의 비슷한 연대에 만들어진 셈이다. 그리고 페르시아의 다리보다는 약 300~400년 앞선다. 월정교는 동족의 풍우교와 페르시아의 다리와 거의 유사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고증을 걸친 건축물이니 모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야간조명을 밝힌 현재의 월정교는 경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떠오리라 확신한다.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러브스토리까지 스토리텔링한다면 금상첨화다.　경주는 또 하나의 훌륭한 관광자원을 확보하는 셈이다. 다만 이제 월정교 주변 인프라를 어땋게 확보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문화재법에 묶여 새로운 시설물을 세울 수 없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덜렁 다리만 놓고 그것을 자원화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기울인 노력과 세월, 돈이 아까울 것이다. 꼼꼼하고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