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　 　-이성선　 　경주의 가을이 깊다. 경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단풍이 아름답다. 그것은 아마 천년 고도가 주는 그윽한 분위기와 신라에 대한 향수가 한 몫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통일전 가는 도로의 화사한 은행나무 노란 단풍 길과 보문호숫가 느티나무 벚나무 단풍들과 불국사의 수채화풍으로 물든 가을 길을 만나 보시라. 이 가을, 낙엽 한 잎에서 우주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이성선의 짧은 시를 읽는다.　이성선은 강원도 설악의 시인이다 누구보다 설악산을 사랑했고 설악산의 山詩를 많이 노래했던 시인은 2001년 60세의 아까운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미시령 노을`은 감각이 놀라운 시다. 제목은 `미시령 노을`로 노을의 이미지 같지만 내용은, 보잘 것 없는 낙엽 한 잎에서 광활한 우주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통찰의 시다. 나뭇잎 하나 풀잎 하나에서 우주 저편, 세계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우주적인 감각은 시인만의 특권일까. 아니다, 가을에 깊은 사색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능력이다.　　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　그렇다 "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에서 우주가 내 몸에 내려 앉는다"라는 놀라운 통찰력과 상상력은 시인의 오랜 사유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일상인은, 낙엽을 보면서도 그저 `아, 잎이 지구나` 라는 상투적 생각에 머물기 쉽다. 그러나 뛰어난 시인은 사물과 세상을 전혀 낯설게 바라본다. 그리고 오래 오래 바라본다. 　좋은 시인이 되기 위해선 육안 말고 , 서너 개의 눈(안목)을 더 가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즉, 망원경 적인 눈(천체 망원경 같은 멀리 보는 눈)과 현미경적인 눈(세세하게 확대해 보는 눈)과 프리즘 적인 눈(분석적인 눈)이다.　때로는 육안만 필요할 때도 있지만, 작가가 사물의 본질을 만나기위해선 몇 개의 눈을 유기적으로 사용해야 할 때가 있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세계, 보이지 않는 숨어 있는 본질의 세계는, 우주적인 감각으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시를 읽는 사람들과 시를 읽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가을엔 시를 읽는 사람들이 더 많았음 좋겠다.　 올해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의 해다. 윤동주의 시를 읽는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생략)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서. 시란 무엇일까? 가슴을 적시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 시를 많이 읽자. 시 한 줄을 쓰기 전에 시 백 줄을 먼저 읽자. 깊어가는 가을 속에 당신도 나도 시를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