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한 의미에서 우리사회에 실로 혼자 살아가는 존재는 없다. 누구나 서로 기대어 살 수밖에 없다. 인간끼리 도움 없이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 공·사 조직에서도 단위조직 내·외의 제반 활동에서 협조 없이는 되는 일이 없다. 좁게는 조직 내 단일 계선의 상·하 간에서부터 넓게는 조직 외적인 협력이나 견제·균형 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통해서 일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사회의 유지·발전에 협조는 필수적이다. 근년에 시행된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의 교조적(敎條的) 적용은 삶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을 수가 있다. 그러면 이 협조를 구하는 일 즉 `부탁`(付託)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공적인, 사적인 그리고 공·사 혼합적인 부탁이 있을 것이다. 어떤 목적·형태의 것이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이는 부탁을 할 때 어떻게 하면 부탁 받은 측이 성의를 가지고 협조에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첫째, 친밀을 활용하는 것이다. 관계되는 자들(counterparts) 간 평소 상호 소통으로 협조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평상시에 인간관계를 잘 영위하는 것이 긴요한 것이다. `세상에 아는 것이 빽이다.`라는 말이 있다. 지연·학연·혈연 등을 이용하는 것도 이에 속한다. 　이른바 `마당발`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활동 패턴이 상당 부분 이에 해당한다. 이 방법은 안면(顔面)을 통하는 것이므로 부탁하기는 쉬우나 심리적 강제성이 적으므로 그 효과는 미지수인 경우가 많다. 　둘째, 이른바 먹이사슬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는 `갑·을 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갑의 지위를 이용해 을에게 부탁하는 것으로 가장 강력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방법이다. 친밀도를 활용한 부탁은 거절이나 사후 설명이 쉬운 반면에 이 먹이사슬 관계에 의한 경우는 일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부탁 받은 측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사나 인·허가, 계약 등 각종 사업 추진에 있어 브로커들이 전통적으로 잘 사용해 온 부탁 패턴이다. 세칭 `좋은 빽`이라고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효과적일 수 있는 반면에, 대부분의 경우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따르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이는 마음에 없더라도 일종의 강압에 의한 협조가 되어 종종 대가(代價) 또는 앙갚음의 정서가 배태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부조리나 소위 적폐라고 하는 것 등도 주로 이 형태의 부탁에서 싹이 트는 것이다.　셋째,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진정성(眞情性)을 가지고 직접 부탁하는 것이다. 매우 효과적이며 또 후유중도 거의 없다. 예전에 중앙부처 실무자들 간에 예산부서의 최고로 악명 높은 담당자에게 열두 번을 찾아갔더니 그 담당자의 태도가 달라지더라는 얘기가 있다. 　필자의 경우 법제 부서의 까칠하기로 소문 난 법제관에게 시급한 법령개정 업무를 협의하러 갔을 때 접수조차 해 주지 않았으나 매일 오전 오후 두 번씩 일주일을 찾아갔더니 그 법제관이 팔 걷어붙이고 단 3일 만에 처리해준 적이 있다. 그 후 그 법제관과는 퇴직한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평소에 무심하다가 급할 때 부탁하는 것은 친구관계도 인간관계의 기본에도 맞지 않는다. 업무협조 관리 방식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의 부탁에는 보편적으로 친밀이나 먹이사슬의 `빽`이 주로 작동해 왔다. 미국·영국 같은 데서도 빽과 같은 것이 있으나 공식적인 `추천(recommendation)`의 형태가 대세이다.　인간사회에서 어떤 분야, 어떤 형태이든 `협조를 위한 부탁`을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무슨 부탁이든 평소에 형성된 인간관계 내지 협력관계 위에서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단지 `아는 것`이나 연줄 등 친밀 활용 방법은 온정주의 문화의 소산이므로 시대적으로 정리할 때가 되었다. 먹이사슬 활용은 불합리를 낳는 것이므로 청산해야 하는 것이다. 　`감동의 부탁`을 해야 한다. `남산 호랑이도 내 인심 좋으면 사귈 수가 있다`고 했다. 정성을 다하되 비굴하지 않으면 된다. 감동을 낳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겠으나 시간이 없으면 없는 대로 짧은 감동을 낳을 수도 있다. 초면에는 초면의 감동이 있는 것이다. 항시 최선을 다하면 의외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