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감찰을 하는 헌법 기관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그 옛날 이조시대 왕권국가에서도 사헌부(司憲府)를 두어 관리들의 직무와 비리를 감찰하게 하고, 또 사간원(司諫院)을 두어 임금님의 잘못조차 묵인하지 않으며 목숨을 건 직언상소(直言上疏)를 올림으로써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으려 노력 하였으니, 감사원이야말로 예나 지금이나 나라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공직을 감찰해야 할 감사원이 감사를 위한 감사는 뒷전이고, 관직 하사에 대한 보은에 감사(感謝)하기 위한 감사(監査)가 아닌 감사(感謝)만 하고 있었다면, 감사원의 존립근거 자체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옥상옥(屋上屋), 검찰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니, 검찰을 감시하기 위한 공직자 비리 감시 기관의 필요성이 대두 되듯이, 이제는 감사원을 감사하기 위한 상위의 또 다른 감사원이 만들어 져야 한다는 것일까? 감사원은 정권이 바뀌든 말든 같은 감사 결과를 내놓아야 함이 지극히 당연하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다른 감사결과를 내놓는다면 그런 감사결과를 국민이 납득할 리 없고, 결국 왕조시대 사헌부나 사간원만도 못한 감사원을 이 시대에 존치할 이유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어디 공직사회 뿐이겠는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쌓이고 쌓인 낯 두꺼운 비정상의 뻔뻔함, 가장 도덕적이고 신성해야 할 종교계 역시 예외는 아닌 듯하다. 어느 종교 집단의 `호계원(戶戒院)`, 그러니까 신성한 계율을 보존하고 지켜내기 위한 종단 감찰기관이 오히려 계율을 정면으로 파계한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놓고 비리 성직자를 옹호하는 호계 감찰을 했다는 의혹도 이제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게 되었으니, 일찍이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가 또 있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세우고 바로 잡자고 하면, 불만불평분자요, 좌파라는 딱지를 붙이려든다. 오른 손을 바른 손이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언제 부터인가 우리는 바르게 하자하면 왼쪽으로 몰아버리는, 언어의 의미가 뒤바뀌고 가치가 전도 된 정말 이상한 사회에 적응을 강요당해 온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원래 여섯 손가락을 가진 사람들만 모여 사는 동네에 다섯 손가락을 가진 사람이 끼어 있으면, 오히려 그가 기형인(奇形人)취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절대 다수가 여섯 손가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여섯 손가락이 기형으로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변함없는 진실이 아닌가?　나는 굳이 여섯 손가락을 가진 사람들을 비하할 생각은 없다. 그들은 그렇게 태어났을 뿐이니까. 그러나 비정상은 비정상으로 알고, 정상은 정상으로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비정상이 정상이 되고, 정상이 비정상이 되는 사회가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장을 하여도 여자는 아니며, 여자가 남자를 흉내 내어도 여자는 여자일 뿐이라는 말이 하고 싶다.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자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우며, 종교인은 종교인답고, 공무원은 공무원답고, 정치인은 정치인다운 사회, 그것이 바로 질서이자 법이고 윤리가 아닐까? 검찰은 검찰다워야 하고, 감사원은 좀 감사원다울 수는 없었을까? 우리 사회 아무도 자신이 자신답게 살 수 없도록 만든 사악한 힘, 그것이 비뚤어진 권력이었다면 우리는 그런 권력에 저항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저항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아직도 그 저항은 끝나지 않았다.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그날까지….　감사원(監査院)은 이제 감사(感謝)하는 감사원이 아니라 진실을 감사(監査)하는 감사원으로 거듭 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