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담장 위 주홍색 불꽃이 타고 있다 　참 매미 소리가 여름을 달구고 　제단에 밤새 켜 둔 　촛불 한 자루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무한한 축복이 내리기를... 　더울수록 치열하게 타오르는 　뜨거운 소망 　아무도 꺾지 못 할 것이다 　생명 있는 것들을 위해 　켜진 숙원의 등불로 　켜진 따뜻해지는 세상. 　 -丘林 이근식 　- `보리까끄라기` 같던 丘林 선생님 　지난 9월 28일 경주의 원로 시인. 丘林선생(이근식시인의 아호)께서 89세로 타계 하셨다.　구림선생의 고향은 건천 금척이다. 1972년 `현대시학`지에 목월선생님의 추천으로 등단하신 구림선생님은 고고한 선비정신으로 고향 경주를 지키며 `경주 문예대학`을 통해 후진 양성에 힘썼고 후학들에게 시인다운 모범적인 삶을 보여준 분이셨다. 　화가 박재호 선생님은 생전에 구림선생께 `보리 까끄라기`라는 별칭을 붙여 주기도 했다. 구림선생님께 참 걸 맞는 애칭이었다. `보리 까끄라기!` 혼돈의 이 세상에서 자신의 지조를 지키며 더러운 세상과 잘 타협하지 않겠다는 꼿꼿한 선비정신이 느껴지지 않는가.　필자와는 `동해 남부선 경주 동인`으로 언제나 따뜻한 선배 시인으로 깨끗한 인품으로 내게 닥아 오시던 분이셨다. 누가 그랬던가 "나이를 먹는 건 축복이라고" 팔순 일 때도 구림선생께선 현역시인으로 후배들 못잖은 왕성한 창작 할동을 하셨고, 고향 금척까지 늦은 귀가시간에 는 언제나 버스를 타고 유유자적하시던 선생님이셨다. 마치 인생을 수학 여행 떠나 온 학생처럼 느릿느릿하게, 축복 속에서 자신의 삶을 걸어가셨다,　시 `능소화` 꽃은, `능소화`꽃을 "더울수록 치열하게 타오르는/뜨거운 소망"으로 "아무도 꺾지 못할 것이다"라는 의지의 꽃으로 그리고 있다. 설명이 오히려 사족이 될 것 같은 시다. 　"생명이 있는 것들을 위해 켜진" 등불로, 그 등불로 따뜻해지는 세상을 노래한 시다. 이 시에서 가장 공감을 주는 미학적 표현은 "아무도 꺽지 못 할 것이다"라는 구절이다.　단호한 선비정신이 느껴진다. 지금 우리시대에 부족한 것은 고결한 선비 정신이다. 선비 정신이란 무엇인가, 물질보다 학문을, 불의가 아닌 정의를, 더러움 보다 깨끗함을, 천한 것 보다 고고함을, 부귀보다는 청빈함을, 자랑보다는 겸손함을, 나보다는 국가와 이웃을 더 사랑하는 정신이 아닌가. 　점점 존경할만한 어른이 사라져 가고 있는 이 시대. 고결하고 염결했던 생을 살다간 구림시인의 고고한 시 정신이 그리운 날이다. 시인이여 부디 영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