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외의 복잡 다양한 변수들이 순차적·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인사 상황에서 이른바 `관운`이라는 것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천하의 `지장(智將)·덕장(德將)도 운장(運將)을 당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관운`의 영향력이 클 때도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관운`이 논의되는 또 다른 인사상황으로는 다음의 두 가지를 들 수가 있다.　먼저, 조직 외부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나 시대적 조류 등 사회적 환경의 변화가 개인의 전문성·역량 등을 초월하여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다. 예컨대 관할 영역에서 본인이 제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사고에 대해 지휘 책임을 지는 일이나 어떤 대형사건 등을 계기로 인사기준 자체가 변해버리는 현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환경 변화로 인한 대표적인 가까운 사례가 2014년 4월에 한국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해난사고 `세월호` 사건이 정부 인사기준을 변동시킨 일이다. 그 사고로 인해 관료 조직에 대한 정부 내·외의 불신이 커지고 소위 `관피아` 기피 논란의 여파로 정무직 등 고위공직 인사에서 관료 출신은 거의 배제되었다. 　정부 산하기관에 있어서도 종래 관료들이 퇴직해 가던 자리에 그 산하기관 내부에서 상당수가 승진 기용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들은 `세월호` 사고라는 행정환경의 변화로 인해 인사에서 덕을 본 케이스로서 이 또한 `관운`이 좋은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반대로 과거였더라면 정부에서 퇴직 후에 충분히 갈 수가 있었으나 이로 인해 탈락한 관료들은 `관운`이 좋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희귀하게 `관운`이 좋은 예로서, 정부 모 부처에서는 차관급에 승진하지 못한 그 하위 고위직들이 관행에 따라 이른바 `용퇴`를 위해 사표를 제출하였다. 용퇴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소위 낙하산이라 하여 이론적으로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산하기관에 그 전문성을 고려해 재취업하도록 배려하는 것이 통례였다. 그 중 일부는 본부대기 상태에서 퇴직 발령 직전에 위 `세월호`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소위 `관피아`가 산하기관에 갈 수 없게 되자 용퇴 사직서 처리가 보류되었다. 　그러던 중 다른 차관급 자리가 비게 되어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승진을 하는 행운을 얻은 경우가 있다. 요단강 건너가다가 되돌아 온 것이다. 이런 경우는 엄청나게 `관운`이 좋은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사건·사고로 인한 `관운` 효과는 통상 개인별로 극명하게 그 명암이 엇갈리게 나타나게 된다.　다음으로, 조직 내부적으로도 단위 조직의 기능 변화나 인력 결손의 급격한 발생 또는 세대 분포의 변동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가 있다. 예컨대 승진할 시기가 도래했는데 마침 정부 조직의 통폐합 등 조직 개편에 따라 인사 범위가 축소·확대되는 경우 이는 곧 `관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1993년 위도(蝟島)에서 발생한 `서해 페리호` 침몰사건으로 정부 모 부처 간부들 다수가 사망했다. 슬픈 일이었지만 당시 승진적체의 늪에 빠져 있던 하위직들에게는 승진 `관운`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개인의 노력 등으로 가능한 일인가? 　조직에서 당초 신규충원의 불규칙 등으로 어떤 동기(同期)나 연령대 구성원이 대거 몰려 있는 경우에 그 바로 후임 세대들은 `관운`이 크게 좋을 수가 없다. 평생 뒤따르다가 퇴직은 비슷한 시기에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다음 세대들은 승진에 있어서는 호황을 누리는 `관운`이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운`의 시대적 흐름의 사례가 바로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와 그 후배 세대 간에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2015년부터 본격 퇴직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재직자들은 상당 기간 승진하는 데 바빠 일 할 시간이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어느 구름에 비 맞을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인심·인문의 흐름이 묘하듯 `관운`의 조화도 `신묘막측`(神妙莫測)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언제나 자만은 금물이다. 잘되면 자신의 능력보다는 운이 좋아서 그리 되었다는 겸허가 필요하다. 반대로 잘못되더라도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운이 없어서 그리 되었다는 낙천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이 점이 `관운`의 존재를 인정했을 때의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관운`은 꽤 탄력적인 개념이며, `관운론`은 이미 판이 짜져 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숙명론적인 접근과는 그 본질이 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