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조금은 기대했던 노벨문학상이 한국을 비껴가고 말았다. 글은 되(measure)로 배우고 말로 써먹으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세계에서 최고로 국민 평균학력이 높고, 공부를 가장 많이 하며 인구 비례 당 박사가 가장 많은 우리나라가 아직 김대중 노벨평화상 이외 노벨 문학상이나 과학상 하나 없다는 것은 자존심만의 문제가 아니라 OECD국가로서의 수치심까지 가지게 만든다. 　왜 우리는 글을 말(container)로 배우고 되는커녕 홉으로도 못 써먹는 교육들을 하고 있을까? 대학(大學)은 말 그대로 큰 학문을 의미한다. 그런데 학문은 재껴두고 화장지로도 못쓸 종이쪽에 불과한 학위나 졸업장 장사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노벨상이야 그렇다 치고, 졸업 후 일자리가 없다. 　유독 한국의 대학생들만 평균 지능이 낮을 리는 만무한데, 거의 기본 지식조차 가지지 못한 학생들이 대학 졸업장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지만, 그런 대학을 그 비싼 학비에 불공까지 들이며 자녀들을 보내는 우리 부모님들의 생각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남이 하니까?　음식은 미각을 즐기고 칼로리를 보충하기 위해 먹는다. 그런데 왜 학생들에게 재미도 없는 공부에다 전혀 쓸모도 없는 교육에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가 그 말이다. 맛좋은 음식이 거기 있기에 우리가 레스토랑을 찾듯이, 학교는 지식이 거기 있기에 찾아가는 곳이다. 옛날에는 대학에 가지 않고는 고급지식을 만날 수 없었기에 당연한 수요가 있었지만, 지금은 학교가 아닌 도처(到處)에 지식이 늘려있다. 　지식에 주인은 없기에 누구라도 그 지식을 취하면 자기 것인데 굳이 그 비싼 학비 부담을 하며 더구나 제한적이고 한 물 간 지식도 아닌 지식을 거기서만 찾는 것은 정말 넌센스가 아닌가? 　마치 음식점에 가서 먹은 것도 없이 돈만 내고, 그 음식점에 다녀왔다는 인증샷만 찍고 오는 격이니 말이다. 하기에 개성이 뚜렷한 학생들이 제도교육을 거부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물론 훨씬 일찍 눈을 뜬 사람들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우리사회는 그 불합리에 저항한 사람들을 이단아로 취급했다. 아무리 불합리한 제도라도 무조건 순응을 강요했고, 개인의 사상마저 철저히 통제하고 획일화 하여 정어리의 군집처럼 군무(群舞)를 추게 만든 것이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군무를 추는 동포들이 북쪽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그리도 닮아가려고 애쓰던 남쪽의 그들도 있었다. 역사를 왜곡하고, 교과서까지 고쳐가며 어린 학생들의 혼마저 지배하려 들었던 사람들, 그들은 새로운 신분 질서가 필요했던 것이며, 어쩌면 그러한 신분 식별을 위한 수단으로 신성한 학위를 오용한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전혀 사리분별 능력조차 없는 정치인이나 법관도 없지 않아 보이고, 천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들이 벌은커녕 오히려 떵떵거리며 그 조악하게 꾸며진 신분을 내세운다. 지식이나 인격은 없고 사회적 신분만 규정하는 이 불합리하고 전 근대적인 문서 신분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내일 당장이라도 학생들의 자율교육을 보장해야 한다. 지식도 인성도 가르치지 못하는 학교들은 폐쇄되어 마땅하고, 누군가가 주장했던 학생들의 혼을 진정으로 바르게 하는 길은 그들의 영혼을 자유롭게 놓아 줌으로써 무한한 공간에서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퍼덕이게 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미래여야 할 것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그리고 `노인과 바다` 로 유명한 미국의 노벨문학상 작가 `어네스트 해밍웨이`는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으며 학위 소지자도 아니다. 그 역시 제도 교육에 저항한 사람으로, 전 세계의 전장터를 그의 교실로 삼아 노벨상을 미국에 헌정하였다. 　체험 없는 인생은 인생이 아니듯이, 살아 있는 지식이 아닌 학문은 학문이 아니다. 철학은 책속에 있지 아니하고 모든 이의 마음 깊은 곳에 있다. 멀고 먼 대양으로 항해를 떠나든지 아니면 천 길 심연보다 깊고 우주보다 넓은 자신의 자아 (自我)속을 향한 여행을 떠나라! 그것이야말로 그 어떤 공부보다 큰 학문을 이루게 할 것이다. 노벨상은 한 사람의 영광이 아니라 한 국가의 영광이다. 제발 다락방이나 고시촌에서 노벨상을 꿈꾸지는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