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란 이름으로 사람과 같은 방,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사람이 요리를 해서 먹이를 주고, 아프면 사람 보다 비싼 의료비를 물어가며 치료를 하는 가정이 더 이상 이상하게 느껴지지않는 요즈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간의 정상외교에서 애완견을 선물하는 일이 그렇게 큰 뉴스가 이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는 후보들이 일상생활에서 반려견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1천만명이 넘는다는 반려견사육인구의 표심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란 판단에서 반려견과 관련한 온갖 이벤트를 TV에 선보였다. 　심지어 유원지에 놀러나온 가족들 가운데는 자신의 어린애는 길위에 걷게 하면서 반려견은 안고가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농담이겠지만 `이사갈 때 반려견은 차에 태워가지만 늙은 가장은 버리고 간다`는 우스개가 돌 정도의 사회가 되었다. 　이쯤되면 반려견은 단순히 가족의 한 구성원이 되었다는 인식을 넘어 가족 가운데서도 서열에서 상위를 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것이 며칠전 가수겸 배우 최시원씨 집 반려견이 유명한 한식당 한일관 주인을 물어 사망케 한 사건이 터지면서 언론에서는 일시에 개의 공포시대가 도래한 것같은 개에 의한 상해 사망사건이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반려견 사랑에 빠져 있던 일상에서 눈치재지 못했던 또 하나의 불안이 괴물처럼 불쑥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맹견이 아니라도 개에게 물리면 죽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개만 보면 놀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공포만 있었다면 인간은 개를 기르지않았을지 모른다. 인간이 사육하는 가축이나 짐승 가운데 개가 가장 오랜 기간 인간과 함께 살았다는 점에서 개에 대해 단순하게 일방적으로 호불호를 판정할 수만은 없을 것같다. 　신석기시대부터 인간에 의해 길들여졌다고 보는 만큼 줄잡아 1만년의 세월동안 사람과 관련해 온갖 애환과 말썽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우리의 기억에 가장 깊이 남아있는 개의 식용문제는 88올림픽 당시 일부 서양인들이 올림픽취소를 강력히 요구할 만큼 심각한 국가적 정책사안이 되었다. 국내외 동물애호가들은 아직도 이를 문제삼고 있어 여전히 갈등의 요인으로 남아 있다. 　개를 식용으로 하는 문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의 일부에서도 개를 식용으로 하는 식문화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과거 개를 식용으로 삼았던 조선조이전에도 충견(忠犬)과 의견(義犬)은 가문의 존중을 받아 그 개를 길렀던 주인이 무덤을 만들어 주고 후손들이 제사를 지냈다. 　아직도 충견총과 의견총은 도처에 전설로 남아 있다. 불교도의 경우와 토속신앙을 믿는 사람들은 개의 식용을 터부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우리나라가 보신탕문화가 일반화되어있다는 인식은 잘못알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과거에도 개와 사람간에는 가장 밀접하면서도 지켜야할 격(格)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산업화이전에는 지금처럼 개와 사람의 생활이 차별화되지 않는 가운데 일어나는 일상적 사고는 더물었다.　아파트 생활이 지배적인 우리 사회는 아파트가 어느새 개와 함께 사는 주거공간이 되었고 공원이나 유원지 해변등 인간이 휴식이나 놀이공간으로 이용하는 거의 모든 지역이 개와 공유하는 세상이 되었다. 　규정상으로는 아파트에 개를 기르지말라하고 공원이나 유원지에 개를 대리고오지말라고 써붙여놓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목줄을 풀어 놓거나 아무데서나 배변을 시키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이렇게 개의 공포는 이를 관리하는 인간이 반려견에 대한 격(格)을 모르거나 지키지 않는 데서 생긴 참극이다. 개를 개로 보면서도 개를 사랑하는 절도를 배울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