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운` 또는 `관복`(官福)에 대하여 명리학(命理學)상의 의미까지 탐구하는 것은 접어두고, 사전적인 개념을 찾아보면 단순히 "관리(官吏)로 출세하도록 타고난 복" 쯤으로 정리되어 있다. 　오늘날에는 비단 정부의 관리로서 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으로서도 인사에 큰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지위가 높게 올라가는 경우에도 해당될 수 있는 광범한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관운`을 보다 엄밀하게 진단하면 공·사 조직에서 "인사에 인사권자나 당사자의 통제범위를 벗어나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나 현상 또는 작용력" 정도로 정의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관운`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그것이 신·조상 등과 관련된 초월적 힘이냐 과거 본인이 뿌린 복의 과실이냐 또는 주어진 숙명에 의한 것이냐 등의 논의는 종교론적인 영역에 속한다 할 것이므로 차치(且置)하고, 여기서는 조직 인사의 실무 경험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관운`이 있느냐 없느냐 또는 실제 그것이 작용하느냐의 여부가 논의되는 인사 상황을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우선 가장 흔한 경우로서, 인적인 기본 자질 외에 별도의 기준이 설정되어 적용되는 직위의 인사에 있어서다. 이 직위에 임용되려면 개인의 능력이나 역량 등은 일정 수준 이상이면 되고 관례적으로 고려되는 어떤 `기준`이 중요하게 된다. 예컨대 출신지역이나 학·경력 또는 성별 안배를 고려해야 하는 직위라면 이 직위에는 매 인사 시마다 이 출신 지역 등의 요구조건에 해당되지 않으면 아무리 출중하더라도 임용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이론으로는 킹슬리(D. Kingsley)가 1944년에 처음 사용한 `대표 관료제`(representative bureaucracy)라는 것이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직을 충원함에 있어 사회 각 구성 집단(신분·인종·성·지역 등)으로부터 그 인구비례에 따라 임용함으로써 정부의 조직이나 행정 서비스 대응성이 공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제 정부 고위직 인사에서 특히 제복 근무(uniformed services)를 하거나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직에서는 더욱 이른바 `균형인사` 차원에서 후보자들의 출신 지역·경력 등이 편중되지 않도록 적절히 `안배`를 하게 된다. 　또 복수 구성원으로 형성되는 각종 위원회 같은 합의제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이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유사하다. 다수로 구성되는 대법관이나 미국의 연방 선거관리위원회(FEC)·통신위원회(FCC) 등 위원의 충원에서도 볼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위원회에 `00경력 출신 또는 00지역 출신`의 위원이 퇴직했다면 통상 그 후임도 퇴직자와 같은 출신이 채워지게 된다. 그러므로 임용후보자 중 아무리 실적과 전문성 등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이 출신 조건에 맞지 않으면 기용될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승진인사를 하다보면 후보자 중 대다수가 특정 지역 출신 또는 성(性)에 몰려 있는 경우가 있어 다른 출신·성 후보자는 꼭 `안배`를 해야 할 때가 있다. 묘하게도 승진 인사 때마다 본인의 능력보다는 지역이나 학·경력 또는 성별의 `안배`로 덕을 보는 사람이 생긴다. 또 매우 드물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이렇게 해서 고위직에까지 출세하는 자도 있다. 이런 사람을 우스개로 `안배 출신`이라고도 하며, 이 `안배 출신`이야말로 대표적으로 `관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공·사 부문을 막론하고 계층제 조직 구조에서는 위로 올라 갈수록 직위 선택의 폭이 좁아지므로 이러한 `관운` 요소의 영향은 더 큰 법이다. 공직에서는 직업공무원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고위공무원 `가급` 또는 1급(차관보 또는 실장급)까지는 본인의 실력이 상당 부분 작용한다고 보나 그 위의 차관급 이상 정무직(政務職)으로 승진하는 데 있어서는 소위 `관운`이 거의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중론이다.　조직 안팎으로 무수한 변수의 복잡다양한 조합의 역학관계는 인사에 개인적인 자질이나 노력적인 요소와는 별 무관하게 천변만화의 양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관운`이라는 것은 존재한다고 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