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는 10월 한국은 문화의 달이다. 수많은 문화 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베트남도 그렇다. 크고 작은 많은 문화행화들이 도심을 수놓는다. 특히 오는 11월 11일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이 열리는 `응우엔 후에` 거리는 규모가 큰 행사들로 사람들을 모은다.　지난주 금요일 응우엔 후에 거리는 패션으로 물결을 이뤘다. 10월 20일 여성의 날을 기념해 호찌민 시 관광국과 골든 그룹이 공동 주최한 `2017 패션과 기술 축제`가 바로 그것.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열린 축제다. 하이라이트는 20일 열린 `Fashonnology 2017`.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폴 등 동남아 디자이너 40명이 참가한 호찌민에서 열린 대규모 첫 야외 런웨이 패션쇼다.　행사장은 호찌민의 패션계는 물론 관광, 예술 등 분야의 인사들과 시민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관객들은 행사장 밖 대형 모니터를 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함께 했으며, 곳곳에 앉은 모델의 시원스러운 모습은 눈길을 모으기 충분했다. 다행히 난 지인의 도움으로 무대 앞줄 자리에서 현지 관계자들과 나란히 쇼를 관람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는 64m에 이르는 무대만 봐도 그 규모를 알 정도였다. 디자이너 수 못지않게 300여명의 모델과 24명의 예술인이 참여해 펼친 패션쇼는 주최 측이 기대한 것처럼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 상품이었다. 이들은 무대와 응우엔 후에 거리 전체를 Catwalk로 디자인하고, 세계적인 DJ가 진행하는 EDM 음악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무대 위에서 펼쳐진 입체 파사드 또한 패션쇼를 빛나게 하는데 그만이었다.　이날 패션쇼는 베트남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기반으로 한 예복과 일상복, 파티복 등이 창의적인 디자인과 함께 선보였다. 간결한 디자인의 슈트와 로맨틱한 드레스, 옛 왕실의 복식을 반영한 디자인도 많았다. 이날 모델들은 유행에 뒤지지 않는 클래식과 모던함이 혼합된 수백 벌의 의상을 마치 마법과 같이 입고 무대 위를 나타났다 사라지며 긴 여운을 남겼다. 또 약방의 감초처럼 간간이 이어지는 퍼포먼스는 행사의 재미를 더하는데 그만이다. 여기에 베트남 아이돌 과 인기 가수의 공연은 모델들의 아름다운 의상과 몸짓, 음악을 하나로 모우며 참석한 모든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하지만 모든 일엔 티가 있는 법. 이건 내 생각이다. 큰 행사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좋지 못했다. 더욱이 지금은 우기라서 매일 한 두 차례 이상 많은 비가 쏟아진다. 이날도 쇼가 시작된 지 한 시간 여 만에 아니나 다를까 비가 장대처럼 쏟아졌다. 비를 대비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무대와 객석 위에 루프(Roof)가 없었다. 　물론 우리 같았으면 당연히 비에 대비했을 것이다. 이들도 날씨에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리얼리티를 노렸는지 그 이유는 솔직히 모르겠다. 비가 쏟아지기를 한 시간 여. 쇼가 중단 될 만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부 관객들은 비를 피해 자리를 떴지만, 많은 이들은 평소에 준비한 우산을 쓰고 쇼를 관람했다. 더욱 눈에 띤 것은 모델들의 자세. 그들은 큰 비에도 자세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평소의 멋진 모습을 그대로 연출했다. 프로페셔널이 이런 것인가 하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내 생각으로는 날씨까지 대비했다면 이 아름다운 의상과 쇼가 더 빛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이 남았다. 비속에 멋진 의상과 모델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다고 하면 그도 그럴 것 같지만. 　이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이 20일 정도 남았다. 응우엔 후에 거리는 지난 주 탄니엔 신문 20주년 특별 공연과 이번 주 패션쇼 등 엑스포가 시작되기 전까지 큰 행사들이 이어 질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행사가 한국보다는 테크닉과 콘텐츠 면에서 현재로 다소 뒤지는 것은 논란이 크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지내면서 이들의 공연을 보고 일상을 경험하면서 나의 생각은 변하고 있다. 내 생각이 좁았다고 여겨질 만큼 이들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이건 공연 뿐 아니라 생산과 산업, 금융과 서비스, 일반 사회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그렇다. 베트남은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중국처럼 금방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앞으로 나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조차 생겼다. 우리도 있는 힘을 바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인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이들도 점점 `거인`이 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