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하회마을 인근에 `ㅂ`농산이라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우엉과 마를 재배하고, 웰빙식품인 분말과 차로 가공하여, 판매도 하고 체험교실까지 운영한다. 일전에 그 기업을 방문했을 때, 한 해 100억 원 대를 훌쩍 뛰어넘는 매출액이나 철저한 공정관리도 그랬지만 직원 평균연령이 서른 중반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다. 열정을 가진 청년들을 통해 어쩌면 농촌 문제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1×2×3=6. 이 간단한 셈에 우리 농촌의 미래와 농업의 희망이 달려 있다고 한다. 무슨 뜻일까? 그것은 바로 1차 산업인 농림수산업,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융·복합하여 6차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위에서 예를 든 `ㅂ`농산도 1차 산업을 기반으로 2, 3차 산업이 혼합되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6차 산업의 현장인 것이다. 　농업의 6차 산업화는 단지 위기의 농업·농촌문제 해결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가과제인 청년 일자리 창출과도 직결된다. 농촌의 어려움과 일자리 창출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나라 전체의 문제다. 20세기 산업화의 물결 속에 농촌은 젊은이들이 떠나고, 도시는 도시대로 기술이 발전해도 고용이 안 되니 일자리가 부족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농촌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농촌에서 도시로만 흐르는 물길을 되돌려 도시에서 농촌으로 흐르게 해야 한다. 경북이 그동안 돈 되는 농업, 경쟁력 있는 농촌을 목표로 전국 최초의 FTA대책위원회 운영, 농민사관학교를 통한 정예농어업인 육성, 귀농지원과 같은 다양한 대책을 추진해 온 것은 이 때문이다. 　6차 산업을 농업의 핵심정책으로 삼아 집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쉽게 접근할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까지 생산에만 머물러왔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하여 제조, 가공, 유통·판매, 수출에 이르기까지 농업의 틀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녹색혁명, 백색혁명에 이은 새로운 농업혁명이라고 할 정도로 만만찮은 도전이다.　다행스럽게도 경북 도내에는 `ㅂ`농산 외에도 문경의 오미자, 포항의 죽장연, 청송의 전통장, 영주의 고구마빵 등 6차 산업화가 곳곳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2021년 까지 6차 산업을 선도하는 인증업체 300곳을 육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농업·농촌 6차 산업 육성 지원조례를 제정하여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 이와 함께 현장 중심의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관련 대표 23명으로 구성된 포럼도 가동에 들어갔다. 농민사관학교 내에 있는 경북농업 6차 산업 활성화 지원센터의 기능과 역할도 크게 강화했다. 특히 6차 산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을 위해 창업교육에서부터 상품개발, 가공시설 등 사업 초기부터 자립화 단계까지 적극 지원해 나가고자 한다. 농식품 기업에 대한 자금과 기술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6차 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젊은이들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2004년부터 13년 연속 귀농인구 전국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경북의 경우, 지난해 귀농인구의 3,586명 중 38%가 40대 이하일 정도로 젊은 층이라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올 하반기부터 시행에 들어간 도시청년시골파견제가 조기에 구체화되면 농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 농촌에서 성공 스토리를 꿈꾸는 청년들의 귀농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농촌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무엇보다 잘 살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통해 농업·농촌의 가치가 새롭게 창출되고 농촌이 희망을 갖고 갈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197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쿠즈네츠는 `농업 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뒤집으면 농업이 발전하고 농촌이 잘 살아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와 실업문제를 경험한 일본도 농업의 6차 산업화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현실이 어렵긴 하지만 농업의 6차 산업을 통해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 신성장동력으로 거듭나는 농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