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심각하고 진지한 논의보다는 막연한 미래의 문제로 여겨졌었다. 그러다가 2015년에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소멸이라는 저서가 발간되면서 당면문제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방소멸은 고령인구에 비해 가임여성인구의 비율이 낮아져서 지역인구가 감소하고 마침내 지역이 소멸한다는 개념이다. 언론매체 등에서는 그간 지방소멸이라는 표현의 간명성과 용어의 자극성으로 무분별하게 이 용어를 사용하여 왔다. 이제는 지방소멸의 개념을 무비판적·단편적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좀 더 종합적·다각적인 관점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소멸의 개념이 우리사회에 기여한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사회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공론화하였다. 즉, 저출산·고령화가 지역의 생존문제로 이어진다는 위기감과 심각성에 대해 우리사회의 공감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둘째, 고령인구 대비 가임여성인구 비율로써 지방소멸지수를 제시하고 각 지역별로 구체적인 결과를 제시했다. 이러한 지수를 통해 각 시군별로 지역쇠퇴 문제를 실감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지역의 추세, 다른 지역과의 비교에도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반면에 지방소멸의 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할 수 있다. 첫째, 인구문제를 산술계산의 공식으로 접근함으로써 현실과의 괴리를 가져왔다. 가임여성인구와 고령인구의 비율만으로 지방소멸지수를 도출하였으나, 산술계산처럼 실제 지역인구는 0(零)으로 수렴하여 소멸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일부 시군의 경우 인구규모가 일정수준 이하로 낮아져 지방자치단체로서의 규모와 위상을 상실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또한 커뮤니티 기능을 상실하는 농어촌마을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공공서비스 제공방식 전환, 행정구역 조정, 도시계획 패러다임 전환 등의 논의와 조치가 있을 것이다. 　둘째, 인구구조의 불균형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균형을 찾아갈 것이다. 다만, 인구구조가 균형을 찾기 전까지 발생하는 문제는 감내하고 대응해야할 우리사회의 과제이다. 그리고 인구구조가 균형을 찾은 이후의 시군별 절대 인구수는 지금보다 적을 것이다. 결국, 현재 지역인구의 문제는 구조의 불균형 문제이지, 절대 인구수의 문제는 아니다. 지역인구가 언제까지 증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인구감소를 받아들이고 적절히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의 성장과 쇠퇴를 구성하는 요소는 인구 뿐 아니라 사회·문화, 산업·경제, 주민의식 등 다양하다. 인구의 수만으로 지방소멸이라는 개념을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물론 인구가 지역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구가 준다고 해서 지역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인구만을 기준으로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넷째, 기존의 인구예측지수가 다양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방소멸지수라는 유사지수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는 출생률, 사망률, 평균수명, 기대수명 등의 코호트(cohort) 정보가 있다면 비교적 정확하게 미래예측이 가능한 영역이다. 이에 향후 수십년간의 인구예측 정보가 통계청을 중심으로 매년 발표되고 있다. 또한 인구증감율, 고령화율, 연령별 인구전망, 시군별 인구전망 등 현재와 미래의 인구정보를 반영하는 다양한 지수가 이미 발표되고 있다. 그러므로 별도의 유사한 지수를 개발하고 지방소멸지수라는 자극적인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다.　지방소멸의 개념에 대해 의의와 문제를 살펴보았다. 그간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되었다.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지방소멸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나 공포보다는 우리 사회의 각 부문별로 구체적인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체계적·종합적·장기적·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