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 `유머`·`농담`·`장난`만큼 좋은 수단이 없을 것이다. 물론 `감동`도 대단히 효과적이겠지만 감동을 불러일으키려면 대부분의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또한 쉽지가 않다. 즉 감동을 생산해내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머 등은 비용이 싸고 즉석에서 잘만 하면 처음 만나서도 바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한 바 있다. 　미국에서 머피(Declan Murphy) 박사와 만난 지 하루 만에 친구가 된 것은 `장난`(gag) 때문이었다. 연방정부 조직 중 인사관리처(OPM)가 있고 그 산하에 `고위공무원연수원`(FEI : Federal Executive Institute)이라고 하는 고위공무원 교육기관이 있다. 이 연수원은 버지니아(Virginia) 주 샤롯츠빌(Charlottesville) 시에 있다.　2005년 초가을 어느 날 그 연수원을 방문해 당시 국제협력관이던 머피 박사를 처음 만났을 때 내심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머피가 연수원 현관 입구에 영접을 나와 기관장인 `연수원장`(Director) 방에 먼저 가서 인사부터 하자고 안내를 해 같이 이동하던 중 화장실(rest room)이 보였다. 한국에서 누가 빌딩 `화장실`에서 `화`자의 오른쪽 꼭지가 떨어져 나간 것을 보고 `회장실`인 줄 알고 인사하러 들어간 적이 있었다고 한 말이 생각나는 바람에 불쑥 화장실 입구로 들어가며 "여기가 연수원장 방이냐?"(Here, Director`s room?)라고 하자 그는 거의 폭소를 터뜨리듯 웃어 재꼈다. 그 때부터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비록 낮은 수준의 개그였을지 모르나 그 악의 없는 `장난`이 사람을 친하게 만드는 데 일조를 한 것 같다.　머피는 필자보다 네 살이 많았고 그 후 공·사를 넘나들며 수시로 만났다. 그를 한국의 공무원 연수원에 출장을 가게 하여 특강을 하게 하기도 했다. 그 부인과 같이 만나 식사도 했고 식구들이 서로 집을 방문해 와인 파티도 했으며 여름휴가 때는 두 가족이 함께 아리조나(Arizona) 주 일대와 그랜드 캐년(Grand Canyon)에 여행도 다녀왔다.　웃기는 `장난`을 계기로 머피와 하루 만에 친구가 된 까닭은 그의 혈통이 우리 한국 사람과 정서가 잘 통한다는 아일랜드(Irish)였기 때문이거나 또는 인텔리로서 자상한 인격의 소유자였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한 허점 같은 익살 행위는 가끔 사람간의 친밀도를 높여주는 작용을 하는 것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한국으로 복귀한 후 몇 차례 소식을 주고받다가 그가 많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는 이메일 몇 번 한 뒤 소식이 끊어졌다. 　농담 좋아하던 미국 친구 머피와 그 가족은 별고 없이 잘 있는가? 그 동안 바쁜 일상을 핑계로 적극적으로 근황을 수소문해 보지 못한 점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라도 다시 연락처를 물색해 보고 있는 중이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호이징아(J. Huizinga)는 이미 오래전에 인간 본성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 진단했다고 한다. 이는 `놀이하는 인간(遊戲人)`이란 뜻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즐기고 경쟁하고 음악·운동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릴 때 익히 들었던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와 같은 유행가 가락이나 우리의 `신바람`과 같은 개념들로부터도 이 같은 인간 본성이 감지된다. 실제 사람들이 농사나 제조업 등에서처럼 직접적 생산 활동도 아닌 체육경기에서 그렇게 진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다만 즐길 수밖에 없는 `호모 루덴스`라는 점이 이해가 간다. 　이 놀이하는 `호모 루덴스`는 또한 유머나 농담을 하거나 익살을 떠는 행위도 즐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사회에 있어 `웃음`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써 관계성(relationship)을 형성하는 본질적 요소에 해당한다는 말에 충분히 동조가 되기 때문이다.　조직 내·외의 생활에서 인간 본성에 충실해보자! 물론 유머 감각은 타고나야 한다고도 하지만, 누구나 여유 있게 `장난`은 칠 수가 있을 것이다. 악의 없는 `장난`은 `아이`처럼 세상을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발동될 수가 있다. 머피를 다시 만나 `장난`치며 놀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