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우리를 휩싸 안았다　　가을이 우리를 절망케 하고　가을이 우리를 사랑에 미쳐 날뛰게 했다　　누군가 염세자살을 하고 있는 가을　누군가 환각제를 먹고 있는 가을　누군가 자살미수로 살아나고 있는 가을　누군가 환각제 복용으로 잡혀가고 있는 가을　　그 가을에 우리는 만났고　그 가을에 우리는 밤새도록 울었다　　더 큰 오르가슴에 대한 가슴시린 안타까움으로　더 근사한 죽음에 대한 깊디깊은 갈증으로 　-마광수`한 천재시인의 처절했던 가을`　　시에는 가을이 자주 소재가 된다 그것은 가을이 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겐가 문득 편지라도 써 보고 싶은 깊어가는 이 가을, 나는 얼마 전 떠나간 한 천재시인의 아픈 가을 시를 읽는다.　마광수 시인(1951-2017). 그가 지난 9월5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이 아니라 고독사였다. 우리나라 사회의 性 엄숙주의에 대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 논쟁을 불러 일으켰던 소설, `즐거운 사라`. 　`즐거운 사라`는 어느 여대생과 교수의 자유로로운 성생활을 그린 소설로 당시 외설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시인은 이 작품 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았고 재직하던 연세대에서 해직을 당하기도 했다. 시인 마광수는 또한 14번이나 개인전을 열었던 재능 있는 화가였고, 윤동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였고 세상의 따가운 눈총 속에서도 구순을 넘긴 모친이 돌아가실 때 까지 어머니 병 수발을 든 효자였다.　 외설 논란으로 평생을 마음의 상처를 입고 힘들게 살았던 시인, 그러나 그의 대학강의는 너무나 재미가 있어 도강 하는 학생들이 많았던 명교수 마광수. 시를 쓸 때 소통을 중시해서 "무조건 쉽고 이해하기 쉽게 쓰라"고 했던 시인, "가을이 우리를 휩싸 안았다" 강렬하다. 　이 첫 시구! 휩싸 오는 사랑의 이미지다 그래서 그의 시는 윤동주 시처럼 문학적 허세가 없고 글의 전달력이 높다. 　아름다운 가을이 "우리를 절망케 하고 우리를 사랑에 미쳐 날뛰게 한다". 사랑에 미쳐 날뛰게 하는 가을, 그 가을에 우리는 만났고, 만나서 우리는 밤새 울었다. "더 근사한 죽음에 대한 깊디깊은 갈증으로". 　"누군가 염세 자살을 하고 있는 가을" 그의 죽음이 이미 예고되어 있다. 아, 시인은 떠나고 그가 없는 절망의 가을이 깊어만 간다. 마광수 시인과 나는 만나진 못했지만 1980년 가을, 우리는 시 전문지 `심상사`에서 첫 시집을 함께 내기도 했었다. 그는 `마광집(馬狂集)`이란 시집으로, 나는`방어진 시편`이란 시집으로.　그에게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느냐고? 맥주는 한잔씩 하느냐고? 문득 전화라도 걸고 싶은 경주의 가을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