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반열에까지 오르고 OECD회원국인 대한민국에서, 문명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국정원 블랙리스트공작, 간첩조작, 언론통제, 기무사 민간인 불법사찰, 5.18문건조작 등 경악할 만한 일들이 있었다고 연일 보도되고 있다.　국민들의 안위와 권익을 보호하고 통합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민을 좌, 우로 편 가르고 적개심을 부추김은 물론, 공정해야할 국가기관들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하면서 온갖 불법을 자행하여 선량한 국민들을 호도하고 인권을 유린하고 무고한 국민들의 삶을 조직적으로 짓밟은 천인공노할 기도(企圖)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지나간 과거사이니 덮어 버리자고 한다. 그들은 무슨 범법행위를 했던 간에 통치행위니 정치행위니 하며 면죄부를 받으려 하고, 밝혀내면 오히려 정치보복이라는 논리를 편다. 　도둑임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도둑을 잡지 않는다거나 상처가 곪아 터져 가는데도 그냥 덮어 상처를 더 키운다면 그것은 직무유기이며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 잘못을 밝히고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자는 것을 어떻게 정치보복이라고 하는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지난 일을 그냥 덮고 넘어간다면 지금 정부가 설령 나쁜 일을 하더라도 결국 면죄부를 받게 될 것인데 무엇 때문에 올바르게 할 것인가. 역사의 심판을 받고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특별한 정치적 입장이 없는 평범한 국민들을 조금만 생각이 다르다고 이념의 프레임을 씌워 말살하려 획책했던 그들이야 말로 선량한 국민들을 오히려 종북으로 몰아 적반하장을 지속해온 것은 아닌가.　정의를 세우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행위를 정치보복이라 한다면, 그런 정치보복은 많이 할수록 이롭지 않을까? 만일 내 자식이 잘못한 일이 있어도, 그것이 정당성을 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면, 마땅히 자기 자식을 꾸짖어야 할 것이다. 그들로부터 약간의 혜택을 받았다고, 내 지역사람, 내 선배, 내 친구, 내 가문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옹호한다면 의리도 아니며 오히려 부정을 키우자는 행동에 불과하다. 진정한 의리는 국민에게 지키는 것이 옳다.　조선말기 기득권 양반들의 발호가 극에 이르고, 조정은 당쟁에만 휘말려 한 치 앞도 못보고 있을 때, 동학혁명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최제우` 역시 경주사람이었다. 신라는 고대국가였지만, 지금의 경주인들보다 더 개방적인 생각으로 선진문화와 과학을 받아들여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되게 하였고, 경주 토박이가 아닌 가야인 `김유신`을 기용하여 삼한일통의 대업을 이루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가 아닌가? 　경주지역은 역대 어느 정권 어느 누구에게서도 대를 이어 보은해야 할 만큼 큰 신세를 진적은 없다고 본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경주시가 문화재보호지구로 지정되면서, 사유재산권마저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운 불이익도 감수해야 했고, 역대정부들은 고도복원사업 어쩌고 하면서 장미빛 청사진에 립서비스로 이어지는 공약(公約) 아닌 공약(空約)으로 일관해 온 것인데도 특정 정당에 대한 전통적 충성심을 잃지 않았던 게 사실이 아닐까? 　무슨 당의 깃발만 들면, 시체라도 당선된다는 자조 섞인 말에 동의하기 싫고 그것이 사실도 아니겠지만, 실용적 접근보다 퇴행적 정치이념에 사로잡혀 애향심이나 앞세우거나 오직 중앙정치 프레임에만 의존하려는 지역정치 환경 속에 일당일색의 정치구조로는 지역발전은 곤란하다. 　누에는 자신을 가두기 위해 고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며, 성충으로 비상하기 위해 누에고치를 만든다. 경주의 미래는 천년의 성곽 안에 머무르지 않고, 과감히 성곽을 뚫고 더 넓은 창공으로 비상해야 비로소 다음세대를 이을 것이며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런 때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