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12월 9일 제14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를 끝난 직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김대중씨가 밝힌 정계은퇴(政界隱退) 성명서 일부다.　"저는 또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임을 얻는 데 실패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부덕(不德)의 소치(所致)로 생각하며 패배를 겸허한 심정으로 인정합니다. 저는 오늘로써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평범한 시민이 되겠습니다. 이로써 40년의 파란 많았던 정치생활에 사실상 종말을 고한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제는 모든 평가는 역사에 맡기고 조용한 시민 생활로 돌아가겠습니다"　이어 김대중은 영국으로 떠났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1년 동안 연구 활동을 하다 2년7개월만인 1994년7월18일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귀국했다. 아시아 태평양 평화재단을 조직한 후 당시 민주당의 최대 계파인 동교동계의 막후인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1995년 6월에 시행된 지자체선거에 참여, 민주당의 승리를 이끈 후 같은 해 7월 정계복귀(政界復歸)를 선언함과 동시에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 15대 대선에서 당선되어 대통령에 올랐다.　추석 명절 분위기로 한껏 들뜬 9월29일. 경주시청 대회의실에 `경주시 추석맞이 종합안정대책` 기자회견 현수막이 걸렸다. 으레 일선 지자체는 명절을 앞두고 관계자들이 참석,물가관련 대책을 발표한다. 그리고 단체장이 추석 명절 인사를 한다. 그런데 최양식 경주시장이 폭탄선언을 했다. "시민들에게 더 이상 저를 뽑아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안 하려 한다. 두번의 임기를 마치고 최선을 다해 `마무리`를 하고, 다음 세대에 시정을 맡기겠다. 누구와 상의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니 잘 이해해 주고 따라 주면 고맙겠다. 또 경북도지사 선거에도 나가지 않겠다"며 전격적으로 경주시장 `3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해 배석한 시청 간부들은 물론 출입기자들마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이날 전까지 해도 최 시장은 3선에 대한 확고한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최 시장이 왜 3선을 `포기`해 갖은 말들이 나돌고 있다.　그의 불출마 변은 정치인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원론적인 내용뿐이다. 그의 3선 출마 사전 행적으로 보면, 대부분 지자체장들이 그래하듯이 차기 선거를 대비해 읍면동장 전진배치, 지지단체 불변, 현역 의원과의 우호적인 관계 등 새로운 세력들이 진출하기는 어렵다. 3선 고지를 목전에 두고 하루아침에 포기한 것은 누구도 알 수 없고, 그만이 알 것이다. 시장도 정치인이자 지방 권력자임에도 직(職)을 가지지 않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용단(勇斷)이다.　경주지역 정가를 보더라도 국회의원이나 시장,지방의원 등 선출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인사들이 부지기수다. 이들 또한 최 시장처럼 단칼에 정계 은퇴를 선언한 사례도 없으며 그가 최초다.　최 시장의 폭탄 선언으로 지지자들이 불출마 선언 `철회`를 요구하는 등 난리를 치고 있다. 그가 시정 운영을 잘하던 못하든, 지지율이 낮든, 소통여부 등은 지지자들에게는 중요치 않다. 내가 좋아하고 지지하는 시장이며 보스인데 3자의 험담이나 흉은 그들의 귀에는 헛말로 들릴 뿐이다. 박근혜 지지자들이 아직도 법원 앞에서 시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자유한국당 소속이며 영남권은 강세다. 특히 그의 절친 자유한국당 경주지역 국회의원인 김석기 의원과의 관계도 돈독하다. 더욱이 현재 차기 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전충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주낙영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이동우 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등은 서로 간 막연한 관계여서 직접 부딪치기를 꺼리는 편이다. 그래서 종합적 분석으로 최 시장의 3선은 후배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전망도 있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있다. 최 시장은 언제든지 이 발언을 `번복`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지자들의 강력한 요구나 그의 심기 변화에 따라 움직일 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경주지역에는 대형 현안이 산적해 있다. 국가적 과제로 `사용후핵연료 보관시설 증설`, `동경주지역 어민 온배수 피해보상` 등은 민원과 관련돼 있다. 또 지역적으로는 복합스포츠단지 조성,4차 농업,전기차 산업단지 조성 등은 시 측 주도하에서만 풀 수 있다.　선출직은 치적(治績)을 남겨야 하며, 그 실적으로 달성하기까지는 험준한 산을 넘어야 가능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 은퇴, 복귀 등을 반복한 것은 목표(目標)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는 본인의 욕망과 달리 유권자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지역정치인의 잦은 교체는 그 지역 발전보다는 혼란만 가중하기도 한다. 최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경주지역 발전이 될지 아니면 퇴보될지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