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관리에 있어서의 인사(personnel management)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하는 `인사`(salutation)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인사`가 개인의 사적 생활에 있어서보다 조직생활에 있어서는 더 긴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이 `인사` 중 만남의 인사보다 `작별의 인사`를 더 잘 해야 하나 실제는 더 어렵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측면도 있으나, 만날 때의 부족함은 추후 보정될 수 있지만 작별의 경우에는 그 마지막 이미지를 남기고 가기 때문이다. 　30여년의 공직생활 중에 `작별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지금도 아쉽고 후회되는 씁쓸한 추억이 있다. 중앙부처 초임 과장급 시절에 영국 잉글랜드에서 2년간의 국비 해외유학을 마치고 떠나올 때의 회상이다. 귀국을 위해 큰 짐들은 시간 여유를 두어 미리 한국으로 부치고 몰던 차도 팔았다. 출발 며칠을 앞두고는 휴대용 짐들을 싸고 아이들의 학교 관련 자료를 챙기는 등 생활 정리에 바빴다.　그러면서 그 동안 정든 한국인 유학생들뿐만 아니라 가까이 지내던 현지인들과의 작별 파티도 했다. 그 중에도 특별히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떠나기 전날에 꼭 찾아가서 인사를 할 생각이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명에게는 `작별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큰 아이인 딸의 친구 에이미(Amy)의 부모는 딸의 방과 후 활동에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었던 분들이다. 또 레이 본(Ray Bourne)은 처음 어학과정의 선생으로 만나 친해져 2년간 줄곧 서로 방문도 하며 수시로 생맥주 친구가 되었던 사람이다. 또 한사람은 이웃에 살던 피터(Peter)이다. 그는 우리 한국 학생들의 자동차를 성심 성의껏 손봐주던 사람이었다. 　이 피터에게는 떠난다는 말 한 마디 전화 한 통 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와버렸다. 그는 분명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는 동양 학생 미스터 전(Jeon)을 매우 예의 없고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다가 기억에서 지워버렸을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심지어 석사과정 지도교수에게조차 제대로 마지막 인사를 못한 채 떠나 런던의 기차역에서 겨우 전화로 인사를 했다. 　조직에 있어서든 사회 일반에 있어서든 `작별인사`는 그동안 함께 했던 사람에 대해 그 은혜를 인정하고 감사하는 것이요 그간에 있었던 갈등이나 오해 등도 결산하여 승화시키는 개별 의식의 하나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언제 어디서나 `작별인사`는 마음으로부터 진정성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조직에서 인사 발령이 나거나 퇴직을 해서 떠나는 구성원에 대해서는 `작별인사`로 환송의식을 한다. 이것은 보내는 자도 떠나는 당사자도 그 간의 아쉬움이나 맺힘을 풀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다시 올 만남을 향한 일종의 `포맷`(format) 절차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조직 차원의 환송식이나 환송연은 꼭 필요한 것이다. 　공조직에서의 환송 전통은 중앙 부처보다 아직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더 의미 있게 치러지고 있다. 이 점에서 지방이 중앙보다 조직생활의 의리 차원에서는 더 낫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는 자는 떠나는 자를 서운하지 않게 환송해 주고 떠나는 자는 `작별인사`를 잘 해야 한다. 특히 조직에서 인사 발령에 따라 떠나가는 자에 대해서는 인사권자의 간단한 설명 한 마디가 혹 있었을 유감조차도 풀어 줄 수 있는 효과적인 해독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만남은 언제나 헤어짐을 예고하고 떠남은 또한 재귀를 암시하는 것이다. 인생 여정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작별인사` 그것은 또 다른 재회를 잉태하기 위한 절차이다. 이 장엄해야 할 포맷 의식을 부실하게 치러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다. 　이십 년이 된 지금까지도 문득문득 영국에서 떠나 올 때의 부실했던 `작별인사`를 생각하면 못내 아쉬움이 남아 있다. 한 번 잘못한 인사가 이처럼 심중에 오랫동안 하나의 앙금으로 침잠해 있는 것이다. 조직의 인사(personnel management)에 있어서도 `작별인사`는 새로운 시작을 향한 아름다운 끝맺음의 의식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