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거울을 자주 본다. 특히 여자들은, 그런데 왜 거울을 자주 보는 것일까? 자기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보기 좋기 때문에 거울을 자주 보는 사람도 있을는지 모르지만, 대부분은 자신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게 될까? 라는 걱정 때문에 거울을 자주 보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장하는 동물을 본 적이 있는가? 사람이 거울 앞에서 머리모양을 만지고 화장 하는 것은 자기의 본 모습보다 조금이라도 더 타인에게 자신을 잘 보이고 싶은 위장행위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화장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사람과 컴퓨터는 메카니즘적인 측면에서 닮은 데가 많다. 즉, 유형적 구조의 하드웨어와 무형의 구조인 소프트웨어로 구성되는데, 양쪽이 다 하드웨어는 디자인 되어진 대로 가시적 형태를 가지지만, 소프트웨어는 비가시적 상태로 직관(直觀)할 수는 없으나 다양한 현상을 만들며 한계가 없을 정도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는 dir 이라는 명령어 하나로 그 목록 정도는 확인이 가능함으로 대략 그 컴퓨터의 성향과 기능이 파악되지만, 사람의 두뇌 속에 숨겨져 있는 프로그램은 그 목록조차 확인할 수가 없으니,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기가 참으로 어렵고, 따라서 그나마 가시적인 외모를 살펴 그 사람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만들어 진 게 아닌가 한다.　그러나 사람의 외모란, 그 사람이 가진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빙산(氷山)의 일각에도 미치지 못하는 빈약한 데이타일 뿐이기에, 우리는 항상 인지(認知)상의 큰 오류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리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마음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타인이 타인을 제대로 알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얘긴데, 나는 자신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그 자신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다만 사람들은 자신을 알려고 하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일 터, 일찍이 성인(聖人)들은 타인을 알려고 한 사람들이 아니며, 오직 자신을 연구하고 자신을 알려고 노력한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스스로를 비춰볼 수 있는 마음의 거울 하나를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난 사람들이 바로 불타 `석가모니`이며 `예수 그리스도`였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분들이 우리에게 불경이나 성경을 전한 적이 없고, 단 한 글자도 남긴 바 없는 데, `팔만대장경`은 무엇이며 그 두터운 `바이블`은 다 무엇일까? 팔만대장경을 천 번 암송하고, 신약, 구약 바이블을 만 번 읽어도 그 속에 흔히 말하는 진리나 답이 있을 리 없을 것이며, 이 지구를 수 십 번 돌며 그 무엇을 찾아 헤매도 다람쥐가 쳇바퀴를 굴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또 내 생각이다.　오직 찾아야 할 것은 이 마음 속여 숨겨진 거울 하나! 은하수를 가로지르는 것만큼 멀고 먼 여행일지라도 그 길을 떠나야 옳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이미 석양에 노을이 짙어 오는데 그나마 여비조차 넉넉지 않으니, 허구한 날 앙앙불락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헛소리나 하다가 이 자리에 앉아 죽을랑가? 　옛날 옛날 그 옛날, 청동거울조차 하나 없던 그 옛날에, 어떤 위인이 사는 것이 도무지 귀찮아져 깊은 연못에 뛰어들려고 했는데, 그 연못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 하는 말이, `대체 저놈이 누구인가?`유래 없는 긴 연휴 한가위 명절에 고생체험 외국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육신도 혼도 떠난 흙더미 앞에 절을 하러 가는 사람도 있을 터이고, 제왕의 꿈을 안고 거울 앞에 선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동동주나 한 잔 하고 밀린 잠이나 실컷 자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