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지역의 경제는 그야말로 백척간두의 위기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역사문화도시경주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만이라도 좀 더 내실 있고 품격 있는 행사로 꾸며져 지진으로 침체된 경주관광을 회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으로 세계는 지금 전쟁의 위협 속으로 몰아넣고, 한반도는 폭풍전야 같은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감돌고 있는데도 경주는 무슨 잔치 집 마냥 연일 여기 저기 공원 등지에서 음악소리가 귓전을 울리고 밤마다 축포를 쏘아대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마치 지금으로부터 대략 천 년 전 쯤, 견훤이 군사를 이끌고 서라벌 턱 밑에 까지 진군하고 있는데도, 포석정에서 풍악을 울리며 잔치를 벌이고 있던 그 때를 연상케 한다고 한다면 나만의 과민한 반응일까?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에 이어지는 경주지진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경주지진은 우리나라 관측사상 초유의 강도인 5.8 지진이라고는 하지만, 이웃 일본 같은 나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전신주 하나 넘어진 것이 없고 낡은 한옥이나 흙 담장 일부 붕괴정도의 땅 흔들림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메스컴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연일 경주지역이 마치 초토화라도 된 것처럼 도리방정을 떨어 경주시민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줬다.　게다가 지자체에서는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스스로 요청하여, 수학여행단이나 일반 여행객들에게 까지 막연한 공포심을 증폭시켜 경주관광을 외면하게 하였고 지가와 부동산 가격 하락이라는 재산상의 손해까지 자초한 꼴이 된 것이 아닐까?　사정이 이러함에도 경주의 정치인들은, 과거에 그 유래를 찾기가 어려운 터무니없는 국정농단으로 절대 다수 국민들이 크게 분노하여 축출된 구, 정권을 옹호하는 집회를 계속함은 물론 국가와 지역경제에도 가장 큰 악 영향을 미치는 사드 등 시대를 역행하는 각종 행사에 시민들을 동원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혹자는 경주를 보수의 성지라고도 말한다. 그런데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 반정부 보수가 있었는가? 더구나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로 만들어진 현 정권을 반대하는 보수라면 그들이 어떻게 보수일 수 있다는 것인지? 국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민주정권을 부정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적을 이롭게 하는 반 보수 집단에 다름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 지역의 경제는 그야말로 백척간두의 위기상황이다. 지역의 유일한 공업인 자동차부품 업계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관에 부딪쳐 있고, 지금까지 경주 경제의 주축이었던 관광업계 역시 가을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이 묘연하기만 하여 모두가 줄도산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좀 책임감을 가져야 할 만한 그 누구도 답이 없다는 말만 뇌이면서 복지부동하고 있는 것이 지금 경주의 현실이 아닌가?　필자는 경주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30여 년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역문제에 관심을 가져 왔다. 학자일 뿐이기에 정치를 알지 못하고, 더욱이 보수나 진보의 구분을 모르며 오직 학자로서의 양심에 따라 정의와 불의, 옳고 그름을 구분할 따름이다.　지난 탄핵정국 때, 교단을 박차고 나와 경주 학계에서 최초로 시국선언을 주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차마 학생들 앞에서 진리를 강의할 수 없는 교수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주는 바뀌어야 산다. 굳이 경제학자로서의 보잘 것 없는 지식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경주가 이대로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일 것이다. 경주의 지방정치를 더 이상 기성 정치인들에게 맡겨서는 안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 정치 9단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정치를 우리는 너무나 똑똑히 보아오지 않았나. 이제 정치는 시민들이 스스로 해야 한다. 시민들의 혈세로 급여를 지불하는 공무원들이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너무 오래된 낡은 옷이 사람을 추하게 만든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제 구(舊)를 버리고 신(新)을 취하여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주권은 시민 여러분들 각자의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모든 경주 시민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시대 새로운 경주를 만드는데 동참하자.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의 출발이다. 연휴 내내 경주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