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북한이 핵무장을 완성해가고 있다는 것은 싫든 좋든 현실이다. 핵무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정복의 야욕을 들어낸 독일이 연합군과의 중과부적 비대칭 전력을 만회하기 위해 그 개발을 서둘렀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연합군에게 항복하였다. 　당시에 만일 독일이 연합군에 앞서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였다면, 그 결과는 참으로 끔찍했을 것이며 우리는 지금 일본에 이어 독일어를 국어로 쓰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다행히 독일은 패망했고, 그 후 오히려 세계 최초의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여 일본을 항복시키고 태평양전쟁을 종식시킴으로써 우리나라도 36년간의 일본 압제에서 해방된다. 　그리고 불과 몇 년 후 한반도에서 다시 참혹한 전쟁이 발발했지만, 당시만 해도 유일한 핵보유국이던 미국은, 멕아더 장군의 강력한 핵무기 사용 제의에도 불구하고 끝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재래식 무기만으로 이 좁은 한반도에서 수백만 명이나 되는 인명이 희생되는 참혹한 전쟁을 치르게 된다. 그러나 끝내 완전한 승리를 하지 못하고 한반도에 휴전선을 남기게 된 것은 정말 뼈아픈 우리 역사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 미국은 왜 아무도 맞설 수 없는 핵무기를 독자 보유하고도 독일처럼 세계 정복을 하려 하지도 않고, 한국전쟁을 한 방에 끝내지 못했을까? 태평양전쟁에 이은 지리한 전쟁에 지친 그들은 더 이상의 확전도 싫었겠지만, 히로시마 원폭 이후 핵무기가 얼마나 비인도적인 파멸적 무기인가를 알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런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의 핵무기를 가장 두려워한 구(舊)소련이 미국에 이어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였고, 그 때부터 미소(美蘇) 핵무기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미국과 소련은 이 지구를 수십 번도 더 멸망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나서야 끝없는 그 군비경쟁이 얼마나 무모하고 비이성적인 행동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러나 미소 양국이 드디어 정신이 들어 군비감축을 논의하는 사이, 미소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 핵무기는 걷잡을 수 없이 전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어 손 쓸 수 없는 지경까지 되어서야 지구 멸망의 공포를 느낀 핵보유국들이 한 자리에 모여 더 이상의 핵 확산을 금지하자는 조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비핵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왜 자기들만 핵을 보유하고 다른 약소국들은 핵무기 보유를 금지하는가? 라는 논리적 모순과 형평성이 지적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튼 그간 북한은 핵 확산을 금지하는 국제적 감시의 눈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드디어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는데, 이들이 과연 미국에 의한 최초의 일본 본토 핵무기 사용 이후, 세계 어느 나라도 단 한 번 실전에 사용한 적이 없는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로 보인다.　사실 우리는 북핵이 아니더라도 이미 어마어마한 핵무기를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라는 적성국가와 국경을 인접하고 있었음에도 그간 그들에 의한 핵공격 우려를 별로 가진 적이 없었는데, 최근에 북한이 조악해 보이는 핵무기 보유가 의심되자 말자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소란스러운 이유는 또 무엇일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핵무기만으로 이웃 비핵국가를 위협하여 병합시키는 것이 가능했다면, 이 지구상 위에 독립국가가 과연 몇 개국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보다 오히려 국민들의 공포심과 그 공포심을 악용하여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온당치 못한 세력들에게 있는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미군이 철수한 베트남의 사례를 예로 들기도 하지만, 베트남은 핵무기에 의해 북쪽에 흡수통일 된 것이 아니며, 베트남 정부의 무능과 부패, 내부혼란 그리고 남쪽 국민들의 전의(戰意) 상실이 패망의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한껏 남북 긴장국면을 조성해 놓고 나라를 분탕질한 사람들이 적반하장, 그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시키며 국론을 분열시킴은 물론, 한민족 모두의 생사 명운이 걸린 핵무기 불장난을 북쪽과 같이 우리도 한 번 벌여보자는 것이야말로 무책임을 넘어, 우리 국민 모두가 경계해야 할 일이 아닐는지….　미국이 그들의 태평양 방어선 최전방에 있는 한국을 버리기가 어려운 전략적 이유뿐만이 아니더라도, 세계 패권국인 미국이 과연 그 조악해 보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한반도에서 쫓겨나는 굴욕을 감수할 확률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고,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발생된다면 우리에겐 그때 또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