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일어난 여중생들의 끔찍한 범죄가 지금 우리 사회를 경악케 하고 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의 피(血)만 보아도 소스라치게 놀라야 할 나이의 어린 여중생들이, 다른 학생을 집단으로 무차별 폭행하여 피투성이를 만들어 놓고도 놀라기는커녕 피 냄새가 좋다고 하였다니, 그들이 사람인지조차가 의심스럽다.　근래 청소년 범죄가 날로 흉포화되면서 아동범죄에 관한 법률을 다시 손보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현행법상으로만 보면, 아동은 그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하는 데, 형사처벌 대상 연령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이대로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정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그래도 청소년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점잖게 말하고 있지만, 피해를 당한 아이나 그 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고 하는 말인지? 그리고 만일 자신의 자녀가 그런 끔찍한 일을 당했을 때도 그런 인자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 반문해 보고 싶다. 또 여기서 다음과 같은 상황을 한 번 가정해보자. 가령 어린 청소년 여러 명이 흉기를 들고 이유 없이 당신을 공격해 온다면, 당신은 상대가 어린 청소년들이기 때문에 기꺼이 그 폭행을 감내할 수 있는가 이다. 그리고 이 경우 당신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무력으로 그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가해 청소년들이 중상을 입거나 사망하였을 경우, 정당방위가 인정될 것인지도 법 전문가가 아니라 나는 알 수 없다.　여기서 또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본다. 만일 어떤 사람의 집에 기르던 개가 이웃의 아이를 공격하여 중상을 입히거나 사망하게 했을 경우, 그 피해는 어떻게 처리하는가 이다. 법리대로 본다면, 개는 사리분별 능력이 없음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고, 개 주인은 더 더우기 동물의 행동에 대한 책임이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을 공격한 동물은 사살되어야 하고, 그 주인은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반드시 져야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아무리 미성년자일지라도 유아(乳兒)가 아닌 이상, 직접 가하는 신체형은 아니더라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체벌은 불가피해 보이고, 미성년자의 보호자 역시 가해 미성년자를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하고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마땅하지 않겠는가?　즉, 형법은 범죄자의 계도(啓導)에도 목적이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제도적 보복이라는 의미도 간과할 수 없다. 사람이 사는 사회에 억울한 일은 늘 발생되지만, 그 억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 법의 목적이기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날이 흉악해지는 청소년 범죄를 단죄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들을 사회와 격리시킬 수밖에 없고, 또 그들 부모에게도 좀 더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리고 아울러 지금 우리가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공교육(公敎育)도 심각하게 재고해야만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인성교육은 아예 내 팽개쳐놓고, 외국어 교육, 입시교육 등으로 아이들을 공부지옥으로만 내몰면서, 아이들이 차마 접해서는 안 될 폭력물, 음란물 등의 미디어에 마음껏 노출되게 두었으니, 그들이 저지른 죄가 바로 어른들의 죄가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지금 어른들이 하고 있는 행동을 보면 과연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깊은 자괴감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기에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