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다. 이 박물관은 3대 미술관 중에서도 관람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2010년 연중 관람인원이 약 850만명 정도 됐다고 하니 가히 짐작이 간다. 　이 박물관에는 BC4천년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미술품 약 38만점을 소장하고 있다. 모나리자, 니케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명작을 보기 위해 연중 미술관 안이 인산인해다. 　또 박물관 입구에 세워진 유리 피라미드는 건립 당시 논란이 많았으나 지금은 설치미술에 가까운 그 건축물을 보기 위해 관람객이 더 모인다. 하루 평균 방문자가 약 1만5천명 정도라고 하니 루브르가 아무리 넓다고 하더라도 명작 앞에서 느긋하게 감상하는 것은 어렵다.　파리 세느강 좌안에 위치한 오르세는 과거 역사(驛舍)였다. 프랑스 정부는 역을 개조해 미술관으로 만들고 19세기 작품들을 위주로 전시했다. 소장품들 가운데는 마네와 모네, 고흐 등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퐁피두 미술관은 파리의 복합예술단지인 퐁피두 센터 안에 있다. 이 미술관은 프랑스 국립 현대미술관이다. 퐁피두에는 현재 생존해 있거나 비교적 최근에 살았던 작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전시된다. 　이 미술관에서 전시하거나 소장됐던 작품들은 시간이 흐르면 루브르, 혹은 오르세 등의 미술관으로 이관한다. 퐁피두가 현대 미술을 고집하는 것은 19세가 뤽상부르 미술관이 당대의 생존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전통을 이은 것이다.　프랑스의 문화적 자존심이 바로 파리에 있는 이 세 곳의 미술관이다. 파리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이들 세 미술관을 관람하는 데만 최소한 사흘이 걸린다. 고대 미술에서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한 도시에서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그것도 구별해서 훌륭한 미술관을 만들어 둔 것에 프랑스 정부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그리고 요새를 루브르 박물관으로, 역사를 오르세 미술관으로, 도매시장을 헐고 복합문화센터인 퐁피두센터로 만든 그들의 안목에 탄복한다. 오래되고 낡은 건물을 허물지 않고 재활용한 점과 구시가지 안에 최첨단 현대건물을 지은 참신한 발상이 부러울 뿐이다.　파리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다. 세느강을 따라 호젓하게 걷기만 해도 파리지엥이 된 듯한 기분에 젖는다. 샤르트르가 즐겨 찾았다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지하차도를 일부러 가보기도 한다. 개선문을 대칭으로 해서 라데팡스 구역으로 진입하는 곳에 신개선문을 만들어 후세에 훌륭한 문화재로 남긴 점은 과거의 역사적 유물에만 안주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노력이 드러난다.　경주도 새로운 발상을 해야 한다. 신라 천년의 고도라는 것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신라의 문화유적만으로는 국제적인 경쟁력이 없다. 경주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돋보이게 하고 그것들을 세상에 내놓으려면 그것과 어울리는 문화예술의 발전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신라시대 왕경을 복원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경주에는 예술의전당과 서라벌문화회관, 솔거미술관이 있다. 그러나 그 어느 곳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문화예술시설이 아니다. 경주의 시세(市勢)만 보고 `그 정도면 됐어`라고 한다면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먼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경주에 세계적인 규모의 현대미술관이 필요하다. 경주의 예산만으로는 턱도 없다. 국립미술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기야 정부 어느 곳에도 세계인이 부러워할만한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주시민들이 나서고 행정부가 나서서 촉구하고 설득해야 한다. 걸핏하면 예산 타령만 하는 그런 헛된 짓은 이제 그만하자. 소장품에 대한 걱정도 할 필요 없다. 모마(MOMA)나 구겐하임 미술관 등의 분관을 유치하면 된다.　알다시피 현대미술관은 단순한 미술관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경주가 더 큰 국제도시로 성장하려면 이 정도의 현대미술관 하나쯤은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