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은 원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국립박물관, 대표적인 사찰이 수두룩하고 프랑스 식민지시대의 영향으로 라오스 전통 건축기법과 프랑스식 기법이 절묘하게 혼합된 낡은 건축물들이 늘어선 원도심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거기에 골목골목 형성된 재래시장과 울창한 열대수림 사이에 자리 잡은 민가, 메콩강을 따라 느리게 움직이는 작은 나무배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루앙프라방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서두르지 말자`라고 말한다. 서둘러도 별로 할 것이 없는 도시기 때문이다. 그냥 느리게 걷고 걷다가 덥거나 피곤하면 아무 카페나 들어가 앉아서 시원한 생과일쥬스를 마시면 된다. 길거리에는 값싸고 맛있는 라오스 전통음식과 세계 각국의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널려 있고 여행자들은 주머니 사정과 기호에 따라 선택만 하면 된다.　전통사찰은 라오스식 건축양식에 예술적 요수를 가미해 화려하고 아름답다. 어느 사찰에 들어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한 장의 그림엽서가 된다. 여행자들은 라오스 국민들의 친절함과 모자라지 않은 여행 콘텐츠에 매료돼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루앙프라방에 도착한 여행자들은 아무 할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일주일을 후딱 보내게 된다. 그들이 떨구고 간 달러는 루앙프라방 시민들의 풍족한 생활을 보장한다. 시민들은 손으로 만든 작은 기념품을 들고 나와 길거리에 나앉고 여행자들은 그 작은 기념품에 관심을 보이고 주머니를 연다.　루앙프라방이 이처럼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한 데에는 별로 비밀스럽지 않은 노력이 있었다. 물론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일절 개발을 허가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기존의 콘텐츠에서 거의 변형을 가하지 않은 채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여행자들은 자신이 사는 곳과 다른 문화를 접할 때 공감과 감동을 느낀다. 낡았지만 우아하고 조악하지만 정겨운 루앙프라방이라는 도시의 풍경은 그 도시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낭만적이고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　저녁에 문을 여는 소수민족들의 야시장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돌아다녀 보면 별로 살 물건이 보이지 않지만 루앙프라방의 가장 번화한 도로를 아예 통제하고 여는 야시장에 여행자 전체의 50% 이상은 방문한다. 또 이른 새벽 스님들이 펼치는 탁발행렬은 루앙프라방의 큰 문화자원이다. 시민들이 길가에 나와 스님들에게 음식을 공양하는 그 탁발행렬은 장엄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다. 그것 자체가 문화관광자원으로 루앙프라방 방문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로 정착됐다. 더러는 직접 공양대열에 참가해 길거리에 앉아서 스님들을 기다린다.　자원으로 보자면 경주가 루앙프라방에 모자라지 않다. 그런데 왜 경주는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유네스코의 세계유산도 상당수고 이제는 여행자들이 머물 다양한 인프라가 조성돼 있다. 그런데 왜 아직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일까? 루앙프라방의 길거리를 걷는 여행자들의 90% 이상은 외국인 관광객이지만 경주를 찾는 90% 이상의 관광객은 국내 관광객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지속되는 것일까?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경주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데 근원적인 어려움이 있다. 우리 사회의 문화 자체가 관광도시로 커나가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는 것들이 있다. 예컨대 희생을 최소화하려는 시민의식이 문제다. 자기 동네의 길은 절대로 차량통제를 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어느 정도 상업적인 성공의 가능성이 있다면 집세부터 올리고 보는 이기적인 민심이 더 이사의 발전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한다. 그리고 문화재 보호법으로 재산권이 묶였다면서 개발에 대한 욕구를 버리지 못하는 원도심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돼야 한다. 지금의 모습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며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심하는 것이 더 급한 일이다.　행정도 문제다. 가만히 앉아서 경주시만의 그림을 그리려다 보면 세계적 트렌드에 뒤지기 마련이다. 핫한 곳을 방문해 그 이유를 따져보고 경주의 실정에 맞는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는 경주의 어두운 밤을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자들이 밤거리를 걷고 싶어도 조도가 낮은 가로등 불이 드문드문한 경주의 밤은 왠지 으스스할 뿐이다. 　가장 핫한 곳으로 떠오른 황리단길도 밤만 되면 암흑천지로 변하는데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보다 더 어줍 잖은 콘텐츠로 화려하게 흥행에 성공하는 도시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