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은 병이 들었거나 죽을 때만 눕는다. 종일 뛰어 다니다가 쉴 때도 서서 쉬고, 잘 때도 선 채로 잠을 잔다. 그러나 사람은 한 시간만 서 있으라 하면 앉고 싶어 하고, 또 조금만 오래 앉아 있으면 눕고 싶어 한다. 그러니까 사람은 직립 보행 동물이지만, 누운 자세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존재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누운 자세가 가장 편하다 하여 하루 종일 누워만 있으라 하면 그 또한 견디지 못하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것이다.　소(牛)는 사람에 비해 열 배 가까운 체중을 가진 동물이지만, 기름진 음식을 찾는 법이 없으며 일 년 내내 거친 풀만 먹여도 실증을 내는 법이 없다. 그러나 사람은 다른 동물에 비해 별로 힘도 쓰지 못하면서 늘 기름진 음식을 찾고, 아무리 산해진미(山海珍味)라도 같은 음식을 불과 몇 끼니만 연달아 주면 짜증을 내게 된다. 동물은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으며, 이웃의 먹이를 빼앗지도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살생도 하며 평생을 쓰고 남을 부(富)를 가졌어도 끝없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빼앗으려 들고 이웃의 굶주림을 외면한다. 고로 다른 동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은 참으로 까탈스럽고 탐욕스러운 신의 실패작이요 사악한 존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스스로를 일컬어 `만물의 영장`이라 한다. 개(犬)보다 못한 후각에 새(鳥)보다 못한 시각에 쥐(鼠)보다 못한 청력을 가지고, 말(馬)처럼 뛰지도 못하고 소(牛)처럼 힘도 내지 못하는 주재에 다만 영악한 머리를 가졌다 하여 감히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가?　흔히들 심히 저질스러운 인간을 두고,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 표현하지만, 나는 사람보다 더 저질스럽고 악독한 동물을 본 적이 없기에, 인간을 대신하여 모든 동물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싶어진다. 짐승만도 못한 인간은 차치하고, 인간이 짐승만 만 했으면 과거 그런 참혹한 전쟁도 없었을 태고 요즘같이 흉악한 범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이 지구상 위에서 굶어 죽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는 않았을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사람은 자기 몸을 아무리 잘 관리해도 백 년을 살기가 쉽지 않는 데, 한 사람에게 일생동안 필요한 부(富)는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일생동안 한 달에 수 백만원 이상의 생활비를 절대로 써 본적이 없었기에 대략 그것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넉넉하게 잡아도 수 십억원이면 족할 것 같은 데, 수 백억원, 수 천억원, 심지어 수 조원의 돈을 가진 사람들이 더욱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불법 탈법은 물론 온갖 범죄에 까지 연루되어 감옥으로 가는 것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자신이 천 년이나 만 년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한 나절 걸리는 등산코스에 오를 때 필요한 것은 가벼운 옷차림, 도시락 하나에 생수 한 병이면 족할 것인데, 왜 사람들은 그다지 많은 짐을 지고 가려는 것일까? 나눔은 반드시 타인을 위함이 아니며, 자신의 짐을 가벼이 하고 이웃과 더불어 평화로운 삶을 위함이 아닌가?　인간의 욕심은 본능이기에 법으로만 통제하기도 어렵고, 도덕으로 억제하기도 쉽지 않다. 사람의 본능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다른 동물이 가지지 아니한 이성(理性)이라는 것이며, 인간의 본성 속에 내재된 이 이성을 제대로 활성화시키기만 한다면, 본능의 노예가 되지도 않고 또 어리석음으로 인해 불행을 자초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욕심을 다스리려 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이성(理性)으로 자성(自性)을 관(觀)하여 욕심의 정체를 알기만 한다면, 굳이 다스리거나 억제해야 할 대상이 있을 리 없다.　수 천억, 수 조윈의 돈을 가진 사람들이 불과 몇 평도 안 되는 좁은 방에 갇히어 한 끼 이 천원짜리도 못 되는 밥을 먹는 모습이나, 그리도 많은 재산을 고스란히 남겨 두고 병석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