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신(神)이 아닌 까닭에 원만한 성품은 가졌어도 완전무결하지는 못하다. 잘못되고 모자라는 단점과 그릇되게 저지른 실수로 허물이 많은 것이 인간이다. 그런데도 자존심이 발목을 잡아 잘못된 일은 남 탓으로 돌린다. 자기의 부족함이나 내 탓의 원인은 기억조차 하기를 꺼린다. 　성인의 말씀가운데도 "너는 형제의 눈 속에 든 티는 보면서 어째서 제 눈에 들어있는 들보(기둥)는 깨닫지 못하느냐" 했다.가장 나쁜 결점이 있다면 결점을 모르고 사는 일이다. 몸에 밴 허물은 파리와 같아서 아무리 쫓아도 도로 날아와서는 한층 더 자신을 괴롭힌다. 그러므로 무엇이고 한 가지 나쁜 버릇을 고치면, 그에 따라서 다른 버릇도 고쳐진다. 한 가지 나쁜 버릇이 열 가지 나쁜 버릇이 된다.　우리는 눈 안에 타인의 결함만 보이고, 그러면서 자기 등에 자기의 결점을 지고 다니며,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남의 잘못을 말하며 그것이 무섭다고 말하지만 그건 곧 자신의 그림자이며, 남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볼 용기가 있다면 단점을 고치기는 참으로 쉽다. 유태인들의 생활규범인 `탈무드`에 "자기의 결점을 반성하고 있는 사람에겐 남의 결점을 보고 있을 틈이 없다"고 했다. 나에게는 과연 허물이 없는가, 허물이란 말을 넓게 생각하면 과실, 과오, 허세, 허영, 낭비가 다 그런 부류에 속한다. 어떤 허물이든 자기 속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으나 남에게 있으면 곧 눈에 띌 뿐 아니라 비평하게 된다. `법구경`에도 "남의 허물만 꾸짖지 말고 힘써 내 몸을 되살펴 보면 다투는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허물과 실수가 없는 사람이 없으니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도 현인들의 생각이다. 예전부터 전하여진 우리말에도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한다. 그 뜻은 자기 허물은 생각지 않고 도리어 남의 허점만 책망한다는 것이다. 남의 말 하기는 `식은 죽 먹기`는 남의 흉을 찾아내기는 자기의 잘못을 깨닫기보다 지극히 쉬운 일이란 뜻이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참기 어렵게 역겨운 것은 실상이 없는 헛된 기세로 거드럭거리는 꼴불견이 허세다. 우리 조상들은 허세부리는 놈을 다른 말로 비유하여 충고한다. `눈 먼 놈이 앞장 선다`는 못난이가 남보다 먼저 나댐을 이르고, 양반 못 되는 것이 장터에 가서 호령한다는 말은 무식한 자가 만만한 데 가서 헛기운을 내며 잘난 체 한다는 것이다. 　`크게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겉으로 허세와 자만이 있지 속은 텅 비어 아무런 실속이 없음을 얘기한다. 사치와 분수에 넘치는 행동도 결점과 허물에 속하는 흉이다. 사회적인 동물에 속해 인품에 맞게 지나치지 않고 알맞게 행동하면 후회하는 일은 조금도 없다. 　군자(君子)는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분수를 넘지 말라`고 했다. 분수는 사물을 분별하는 슬기로 교양이 있는 사람은 아예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마음의 사치다. 송충이가 갈잎을 먹으면 떨어진다는 말에 교훈을 삼아야 한다. 분수에 넘치는 일을 하다가는 낭패를 본다는 것이다. 사치는 다양하고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허영이며 제 분수에 지나치게 옷, 음식, 거처 따위를 치레하는 것으로 최극의 허세다. 다산의 `목민심서`에도 "재물을 낭비하고 명예를 손상시켜 남의 빈축을 쌓는다면, 사치는 어리석은 자의 어리석은 일이다"고 했다. 사치는 자신의 무식을 나타내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