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서 일일삼성(一日三省)이라 했지만 조직인이 조직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사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공적인 영역에 있어서도 최소한 `하루 한 가지씩`은 반성해보는 것이 긴요하다. 조직생활의 여러 항목에는 매일의 업무성과나 대외협력 성취 등도 있겠지만 조직 구성원 상호간의 교호작용(交互作用)은 기본이 되는 것이다. 부서 내외의 상하 간, 동료 간의 작용 중 일차적으로는 상급자 그 중에서도 직속 상급자와의 관계가 당연히 그 기초가 된다. 매일의 직장 생활에서 적어도 이 하나만큼은 스스로 평가·반성하며 살아가야 함을 지금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업무에 있어서의 소신은 소신이고 예의는 예의이다. 일을 소신 있게 추진하다 보면 자칫 지켜야 할 기본 예의가 소홀해 지는 수가 있다. 특히 상급자를 모시고 국내·외로 출장 등을 가는 경우는 그 상급자와 근접에서 상호 관찰되므로 그야말로 공·사적인 양면에서 좋게 평가 될 기회이기도 하고 잘못되면 치명적일 수도 있는 중요한(critical) 계기가 되는 것이다. 소위 출세를 잘 하는 사람은 주요 상급자와 출장 갈 때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사 부문의 조직생활을 돌아보니 30여년이 지난 지금에조차도 후회되고 반성되는 일이 몇 가지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민간 기업에 초년생으로 있을 때 당시 부장급 상급자에게 대든 일이 있다. 일과 후의 일이긴 하나 간부가 후배들에게 기백 찬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달려들었으므로 상급자 모욕에 해당되는 것이다. 지금도 가끔씩 그 때를 생각하면 회한이 몸서리치곤 한다. 그 상급자도 무례하기 짝이 없는 새파란 부하 직원의 영상을 잊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공직 생활을 할 때의 일이다. 공직 임용 2-3년차이던 1987년 6월 말의 일이다. 직급이 매우 높고 마음씨 좋은 상관을 모시고 광주광역시에서 개최되는 학회 세미나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광주에 도착한 바로 그 날이 역사적인 6·29 민주화 선언이 있은 날이었다. 그 선언으로 인해 대통령 간선제 군사정권을 청산하고 직선제를 통한 민주화의 가능성이 확보됨에 따라 당일 시내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그리고 직접선거를 하면 그 지역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던 K 모씨가 당선된다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광주 시내 유흥 음식점 중에는 아예 무료로 운영하는 데도 있었다. 서울에서 간 우리 출장 일행은 예약된 식당에서 같이 저녁으로 일차를 한 후 이차로 음식을 무료 제공한다는 주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침 광주 지역에 발령 받아 근무하던 동기 세 명도 인사 겸 합류했다. 필자가 모시고 갔던 그 높은 상관은 다음 날 세미나의 진행을 맡아 부담이 된다고 더 놀다가 들어오라며 먼저 자리를 떴다. 분명히 여기서부터 잘못 된 것이다. 윗사람을 모시고 출장 간 처지에 당연히 같이 일어서서 모시고 호텔로 갔어야 했다. 자정이 넘어 호텔로 돌아왔고 그 이튿날 아침 행사에서도 숙취로 인해 매끄럽지 못한 힘 든 하루를 보냈다. 일박 이일 간의 그 국내 출장에서 기본적인 예절의 센스도 없는 초급 조직인의 모습을 스스로 보았다. 그 때 출장 당시 시동(侍童)처럼 예의를 다 갖춰 모시지 못한 것을 지금도 생각하면 사무치게 반성이 된다. 　조직생활에서의 첫 교호작용은 동기간에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직근 상급자와의 관계이고 여기에 인간으로서의 기초예절이 그 바탕이 된다. 여기서부터 직장 생활에서 구성원 상호간의 제반 작용이 전개되는 것이다.　정부 내 최고 상급 부서에서 대통령을 모시고 해외 출장을 갔던 출장팀원 중 실무 행정관 하나가 늦잠을 자다가 대통령보다 호텔 로비에 늦게 내려온 일도 있었다. 귀국 후에 기강문제로 그 직원이 징계처분 받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가 있다. 　실무자가 소위 거물이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개인에 따라 현상을 보는 눈이 다르고 이른바 통의 크기도 각기 다르며 생활 방식도 다양할 수가 있다. 그러나 언제나 예의는 분명히 하는 것이고 겸손해야 하는 것이 기본임에도 일순간 소홀해 앞으로 다시는 없을 그런 상황을 30년이 더 지난 지금에도 사무치게 반성을 하고 있다.